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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시 발표작

뱀을 기다리며

바람분교장 2008. 7. 25. 15:56
 

 

      뱀을 기다리며  

           -청평사 공주塔에 기대어


                    한승태


이렇게 낙담하는 마음이 많으니

한 때 사랑도 참 많았나보다

이름을 淸平이라 하고 석탑을 쌓은들

호랑이와 이리가 주인자리를 내놓을 수야 있나

두려움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끝내 사랑한다고 폭포는 떨어지는데

공주는 아직 저문 능선에 귀 기울이고 

그대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난 아직 이해할 수가 없다


어쩌자고 이 몰골로 사랑을 알았을까

이끼 핀 공주塔은

환희嶺 작은 언덕 위에 서 있는데

탑신의 모서리마다 새겨진, 

한때 옥개석 위로 기어 올라간 영혼은

몇 겁의 석양으로 붉어지고

내 안의 千塔은 어찌 허물 것인가

 

山寺 길목의 높은 곳에 이르러

저 혼자

바람만 공양하고 돌아나간다



현대문학2004년 4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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