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高士觀水圖 본문

시창작/시 발표작

高士觀水圖

바람분교장 2008. 7. 25. 15:53

  

     高士觀水圖  

          -조선시대, 강희안

    

                        한승태


 

나는 숲으로 간다

몇 번 멧부리와 만나고

손목과 발목에 와 감기는 풀잎 속으로 간다

나무나 풀들은 무심히 귀를 열어놓고

나의 발걸음을 받아 적는다

바람소리가 가깝다

달과 별이 써늘하다

숲이 뭐라고 뭐라고 속삭이는 거미줄

내 심장의 급한 여울을 걸러낸다


선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나를 한없이 풀어놓는 저 나무들

나를 한없이 흘려버리는 저 바람들

나를 한없이 돌려세우는 저 가시 풀들

생채기는 깊고 환하다


달빛은 

내 목울대까지 차랑거리다

내장을 훑고

지나는 여울목마다

달과

나무와

바람

그리고 노래와

선비의 뒷모습만 보여준다

이상하고 조용한 숲이다


폭포는 후렴으로 떠돌고

나는 아직 구름바다의 이정표를 찾는다

 

 

 

현대문학 2002년 6월호



'시창작 > 시 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차에서  (0) 2008.07.25
뱀을 기다리며  (0) 2008.07.25
오래된 말씀 같은  (0) 2008.07.25
신석기 뒤뜰2  (0) 2008.07.25
오후 한 시  (0) 2008.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