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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무엇을 태울 것인가? 이창동의 (버닝> 한승태(시인/학예연구사) 정말 오랜 만에 극장에 가 영화를 보았다. 그것도 아내와 큰 딸을 대동하고 청불영화를 같이 보았다. 믿을 만한 지인의 소개였기에 큰 맘으로 갔던 것이다. 언론에서 혹은 페북에서 얘기하는 대로 영화는 잘 만들어졌다. 그..
11월 어깨 기운 나무 전신주 가물거리다 흐릿하고 고요하다 깊어진다 햇살은 노드리듯 날비처럼 나리다 골짜기마다 고이고 고여서 날개를 접은 까마귀 하나 눈이 멀었다 이승의 반대쪽으로 기울어진 그림자 볕바른 도사리나 마른 삭정이처럼 오래 마르고 있다 이깔나무 해 바른 등성이마..
지나가는 여인에게 -ch. 보들레르 거리는 내 주위에서 귀가 멍멍하게 아우성치고 있었다. 갖춘 상복, 장중한 고통에 싸여, 후리후리하고 날씬한 여인이 지나갔다, 화사한 한 쪽 손으로 꽃무늬 주름장식 치맛자락을 살포시 들어 흔들며, 날렵하고 의젓하게, 조각 같은 그 다리로, 나는 마셨..
강원의 명인, 27 - 한승태 1. 우선 하는 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림 우선 애니메이션박물관과 토이로봇관의 담당 학예연구사로 전시기획과 운영을 했었다. 지금은 내년 재개관 예정인 애니메이션박물관 리모델링을 담당하고 있는데, 작년 1월 문광부에 애니메이션박물관 리모델링 사업 제안..
노랑나비 한승태 나비에게 소원을 빌면 말하지 못하는 나비는 비밀을 간직한 채 하늘로 간다 대한민국이라는 배에 탔던 사람들은 맹골수도 어두운 바다 속에서 이국만리 독립 투쟁의 장정에서 힘없는 국가에 태어나 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혹은 먼저 떠난 부모와 형제자매를 찾아 이승의 ..
벼룩 벼룩도, 친구도, 애인마저도, 우릴 사랑하는 것들은 어찌 그리 잔인한가! 우리네 모든 피들은 그들을 위해 흐르지 사랑받는다는 것은 불행하지 -----------------------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한꺼번에 고통받고 사랑받는 사람은 오랜 시간을 두고 그 고통을 나눠받는다.(황현산) 황현산 선..
시인이여, 너의 얼굴에 침을 뱉어라! 한승태 최근 여성 시인, 작가들의 고백 및 작품 발표로 문학계가 낯부끄러운 이전투구의 장 같다. 그러나 진즉에 터졌어야 할 일들이다. 우리가 사는 당대는 바뀌고 있다. 변한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저항도 만만치 않다. 첨단을 달린다는 글 쓰는 집단에도 예외가 아니다. 나부터도 그렇다. 고백하자면 나의 글도 여자에게 마음을 얻기 위한 제스처였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내가 무슨 대단한 세계관이 있었겠는가. 그런 거 없었다. 대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후배들에게도 참 많은 누를 끼치고도 독설을 퍼붓고, 어찌어찌해보려고 했다. 인정한다. 마치 그것이 문학하는 자의 특권인양,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그런 선배들을 부러워했으면서도 욕했다. 그러면서 선배가 되어서는 나도 그랬다..
지옥도 그날은 한칼에 베어진 하늘이었고 바다였다 너와 나는 끝없이 서로에게서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각자는 고유한 색깔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쪽에는 나의 하늘이 저쪽에는 너의 바다가 있었다 오직 하늘과 바다 그 갈라진 사이만이 시야에 가득했고 그 사이를 볼 수 없고 ..
시시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 박세현 시인, 그의 시집 <아무것도 아닌 남자>는 그의 삶과 시 사이에 긴장을 만든다. 보통은 시 내부의 행과 행이거나 연과 연이거나 제목과 내용 간에 긴장이 발생하기 마련이데, 이 시집은 시인의 삶과 시집 혹은 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