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낮은 목소리 / 황인찬 본문
낮은 목소리
성가대에 들어간 것은 중학교 때였다
일요일 오후엔 찬양 연습을 했다
끌어내리듯 부르는 것이 나의 문제라고
노래 부르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기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무로 된 긴 의자와 거기 울리는 소리가 좋았다
말씀을 처음 배운 것은 말을 익히기 전의 일이었다
그것을 배우며
하나님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생각했다
연습이 진행되는 동안
목소리가 커졌다 잦아들었다
공간이 울고 있었다
낮은 곳에 임하는 소리가 있어
계속
눈앞에서 타오르는 푸른 나무만 바라보았다
끌어내리듯 부르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마음이 어려서 신을 믿지 못했다
낮은 곳에 임하소서, 라는 구절은 말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도 많이 들은 말이다. 동양에서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온갖 생명을 먹여살린다는 말과 진리는 물과 같다는 말과 다 통하는 말일 테다. 누구나 아는 바이지만 늘 들어서 뜻을 음미하지 않고 경구처럼 받아들인다. 그래서 익숙한 저 말을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종교적 테제이다. 화자는 아마도 저 구절이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을 것이다. 태어나 말을 처음 배우기 전부터 들어왔고 봤을 말이었을 테니 말이다. 모태 신앙으로 접한 기독교와 교회에 나가 낮은 곳으로 임한다는 신을 향해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끌어내리듯 부르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목소리가 단순히 작다는 것은 아닐 거 같다. 다른 합창단원의 목소리에 맞추지 못하는 화자는 외톨이가 된 심정이리라. 그것이 문제라고 했으니 말이다. 아마도 끌어올려 높이 찬양해야할 부분에서 그의 목소리는 고음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저음이었을지 모른다. 그 공간에서 울고 있는 사람은 화자 뿐이었을 것이다. 화자의 울음이나 낮은 목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거나 무시하려 했을 것이다. 낮은 곳에 임한다는 신도 화자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신도 믿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이런 아이러니는 우리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말로 불우이웃을 분리하고 차별한다거나 뭐 그런 일들이 새삼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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