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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무덤 앞에서/정호승 본문
윤동주 무덤 앞에서
정호승
이제는 조국이 울어야 할 때다
어제는 조국을 위하여
한 시인이 눈물을 흘렸으므로
이제는 한 시인을 위하여
조국의 마른 잎새들이 울어야 할 때다
이제는 조국이 목숨을 버려야 할 때다
어제는 조국을 위하여
한 시인이 목숨을 버렸으므로
이제는 한 젊은 시인을 위하여
조국의 하늘과 바람과 별들이
목숨을 버려야 할 때다
죽어서 사는 길을 홀로 걸어간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웠던 사나이
무덤조차 한 점 부끄럼 없는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했던 사나이
오늘도 북간도 찬 바람곁에 서걱이다가
잠시 마른 풀잎으로 누웠다 일어나느니
저 푸른 겨울하늘 아래
한 송이 무덤으로 피어난 아름다움을 위하여
한 줄기 해란강은 말없이 흐른다
시인의 길이 이토록 무섭고 아득하다. 조국이 한 명 한 명 개인을 위해 울어줄 날이 있을까? 무엇을 바라고 쓰지는 않겠지만
온 산하가 우주가 같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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