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이만교 글에서 본문
페이스북 친구인 이만교 작가의 글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이 정도야 아는 이야기지만 읽고 나면 아프다. 아픈데 또 읽게 된다. 이런 게 문학의 언어다.
"대화에 대한 얘기를 꺼냈으니 하는 말인데, 대기업이 고객을 상대하는 대화 방식은 참 재밌다.
나는 결코 대기업 책임자는커녕 정규직 직원과도 대화할 수가 없다. 고객 서비스 센터의 파견된 말단 계약직 감정노동자하고만 대화를 해야 한다. 정규직원도 아닌, 외주 파견직이나 계약직하고 내가 왜? 그 사람도 나도 회사 사람이 아닌데! 그래서 부당하고 화가 나도 윽박지르거나 욕을 할 수 없다. 그러면 자해나 마찬가지 꼴이다. 나는 이것이 대기업이 일반 시민 고객을 상대하는 매우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제로는 화나 욕설보다 저급한 책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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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밌고 기가 막힌 건 신자유주의-정신분석적 언어다. 모든 걸 위계화 경쟁화 시켜놓고 우리가 슬픔에 빠지거나 분노에 지칠 때, 의사들. 그리고 온갖 사이비 상담사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은 우울증입니다. 당신은 분노조절장애입니다. 당신은...
마치 개인이 못나서 개인이 잘못해서 '병'이 든 것처럼. 개인만 잘하면 모든 게 다 나아질 것처럼.
이런 정신분석적 언어 표현이 없었을 때 우리는 그냥 이렇게만 이야기했다.
"그 사람이 어릴 때부터 이래저래 어려움을 많이 겪어서 지금 몹시 힘들어해"
이렇게 표현하면 저런 힘들구나 하고 공감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은 다들 똑똑해져서 이렇게 얘기한다.
"그 사람이 성장기 때 트라우마가 많아서 지금 중증 우울증이래"
이렇게 표현하면 우울증이면 병원 다녀야지 하고 분리 혹은 관리하게 된다. 이런 언어야말로 끔찍한 배타적 폭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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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서 나는 문학언어가 참 좋다. 문학언어는 자신을,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진실을 찾으려는 안간힘의 언어다. 결국 자신을 표현하는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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