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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농협장례식장/최금진

바람분교장 2019. 10. 30. 14:01

농협장례식장

 

최금진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은 농협장례식장

밭 갈다 죽은 사람, 감자 심다 죽은 사람

모두 녹슨 호미 같은 손 내려놓고 다급히 이곳으로 온다

마을에서 제일 깨끗하고 제일 따뜻하고 시원한 곳

작은 소로를 따라가다 보면 아무 데서나 바다를 만나 듯

농약치고 풀 뽑고 거름 주고 또 남은 일 찾아

밤늦게까지 마당에 불 켜고 채소를 다듬다 보면

불쑥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농협장례식장과 만난다

죽음이 사람들을 심어놓고 사람들을 추수하는 곳

경운기나 트랙터로 실어 나르는 한 무더기 모판의 벼들처럼

이른 아침부터 영안실에 날라다 놓은

참 부지런한 죽음들이 장례식장 칸칸의 방에 묵는다

영안실도 일종의 숙박업이다

사흘 장례를 치르고 중산간 어디에 있다는 경치 좋은

화장터로 관광가듯 떠나는 시체들이 관 속에서 즐거워 달그락거린다

첫 소풍을 가는 아이처럼 가족들 배웅 받으며

파종 시기며 전지해야 할 과일나무 따위엔 관심도 없다

농협장례식장에서 제공하는 육개장 조식도 맛있고

직원들과 상조사들의 서비스는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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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 필요한가, 한 눈에 보인다. 흙 묻은 사람들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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