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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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불티 / 신미나

바람분교장 2019. 2. 9. 16:35

불티 


    신미나


장남이 미쳐 돌아왔다 때리면 정신이 든다는 무당 말을 듣고 아비는 대나무 뿌리로 아들을 때렸다 울음소리 담을 넘으면 풋감이 익지도 않고 떨어지고


새끼줄 들고 산으로 간 아들은 목을 맸다 철부지들은 소머리 삶는 냄새 즐거워 떼지어 다니고 노인들은 참나무 가지를 던지며 주황색 손금을 펴 보이는데


지금은 노을도 지쳐 하늘에 피를 버리는 시간, 사나운 혼령들 꿈자리까지 날아와 회회 우는 바람 소리 들려도


동네에서 지붕이 제일 낮은 집이었다 뒤란에 깨꽃 깨깨깨깨 필적에 까마귀 떼로 울면 흉사 있다더라



신미나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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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피를 버리는 시간, 소멸의 시간, 자기를 소멸시키고 완성되는 하루가 있다. 원망을 완성하는 하루가 있다. 그럼에도 저 원망은 멀리 떨어져 있는 거 같다. 마을의 전설 같다. 내 형, 언니나 누나의 일인데, 왜 이리 멀게 느껴질까. 아마도 '흉사가 있다더라'같은 백석의 언사 때문인가. 저만큼 던져진 슬픔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