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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율가/이소희

바람분교장 2018. 1. 4. 11:00

율가(栗家)/이소회


갓 삶은 뜨끈한 밤을 큰 칼로 딱, 갈랐을 때
거기 내가 누워있는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벌레가 처음 들어간 문, 언제나 처음은 쉽게 열리는
작은 씨방 작은 알 연한 꿈처럼 함께 자랐네
통통하니 쭈글거리며 게을러지도록 얼마나 부지런히 밥과 집을 닮아갔는지
참 잘 익은 삶

딸과 딸과 딸이 둘러 앉아 끝없이 밤을 파먹을 때마다
빈 껍질 쌓이고 허공이 차오르고 닫힌 문이 생겨났다
말랑한 생활은 솜털 막을 두르고 다시 단단한 문을 여미었다
강철 같은 가시는 좀도둑도 막아주었다
단단한 씨방 덜컹덜컹 뜨거워지는데
온 집을 두드려도 출구가 없네
달콤한 나의 집, 차오른 허공이 다시 밥으로 채워질 때, 혹은 연탄가스로 뭉실뭉실 채워질 때
죽음은 알밤처럼 완성된다

죽음은 원래가 씨앗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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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춘문예 당선 작품을 보다. 여기에 눈이 머물렀다. 가족이란 거, 악의 시작과 끝이기도 한 가족이란 거, 어디가서 위로를 받고 다시 태어날까. 뭔가 꿈틀하고 뭔가 불편하다. 자신을 바로 보기때문일 수 있다. 다만 마지막 '죽음은 원래가 씨앗이기 때문이다'를 윗 연 마지막에서 '죽음은 씨앗처럼 완성된다'로 마무리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사족을 남겨둔다. (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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