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응/ 문정희 본문
“응”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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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의문이기도 하고 긍정이기도 한. 아니 생성이기도 하고 소멸이기도 한, 절묘한 단어입니다. 형태적 의미에서 신화적 의미까지 포괄하는 느낌표 같습니다. 저도 "응"하고 싶습니다. 이 시인의 시집<나는 문이다>가 뿔 출판사에서 나왔을 때, 저는 "나는 뿔이다"라고 되뇌었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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