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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보들레르 본문
시계 L'horloge
시계! 무섭고 냉정한 불길한 신,
그 손가락이 우리를 위협하며 말한다: "잊지마라!
진동하는 <고통>이 두려움 가득한 네 심장에
머지않아 과녁처럼 꽂히고,
<쾌락>은 안개처럼 지평선 너머로 스러지리라,
무대 뒤로 사라지는 공기의 요정처럼.
누구에게나 제 계절마다 허락된 향락을
순간은 네게서도 일각 일각 한 쪽씩 집어삼킨다,
한 시간에도 삼천 육백 번 <초>는 속삭인다,
잊지마라! 고 --벌레 같은 목소리로 재빨리
<지금>은 말한다, 나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다,
다러운 내 대롱으로 네 생명을 빨아올렸다!
리멤버! 수비앵 투아! 낭비자여! 에스토 메모르!
(내 금속성 목청은 온갖 언어로 말한다)
까부는 인간이여, 촌음은 母巖,
거기서 금을 뽑아내기 전에 놓쳐서는 안 돼!
잊지 마라, <시간>은 탐욕스런 노름꾼임을,
속임수 안 써도 매번 이긴다는 것을! 그건 철칙이니.
낮은 줄어들고 밤은 늘어난다, 잊지 마라!
심연은 언제나 목마르고, 물시계엔 물이 떨어진다.
머지않아 시간은 울리리라, 그땐 거룩한 <우연>도
아직 처녀인 네 아내, 존엄한 <정조>도
그리고 <회한>마저도 (오! 마지막 주막이여!)
모든 것이 네게 말하리, 죽어라, 비겁한 늙은이! 이미 너무 늦었다!라고"
윤영애 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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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가장 획기적인 프로젝트는 시간을 분절화하여 자본화하였다는 것이다. 노동은 시간의 분절 속에서 주체를 상실하였고, 자본은 생명조차도 무기물로 상품화하였다는 것이다. 근대의 시간이 얼마나 큰 고통으로 지각되었을까, 최초의 근대인들은 어떻게 인식하였을까, 낭만적으로 인식한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는 노름과 내기를 통해, 시간으로 대응되는 기계문명의 속 인간의 운명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보들레르의 시에는 시간과 관련한 초조함이 많이 등장한다. 보들레르가 인식한 시간은 어떤 시간인가? 이제 막 자본주의가 번성하던 시기의 보들레르에게 시간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시간과 원수의 관계는? 쾌락의 시간과 노동의 시간은?
시계는 드디어 자본주의 세계에서 신으로 등극하였다. 신은 경고한다. 잊지 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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