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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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강의 백일몽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바람분교장 2010. 12. 5. 15:26

강의 백일몽

 

                    정현종 번역

 

 

포플러 나무들은 시들지만

그 영상들을 남긴다.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포플러 나무들은 시들지만

우리한테 바람을 남겨놓는다.

 

태양아래 모든 것에

바람은 수의를 입힌다.

 

(얼마나 슬프고 짧은

  시간인가!)

 

허나 그건 우리한테 그 메아리를 남긴다,

강 위에 떠도는 그걸.

 

반딧불의 세계가

내 생각에 엄습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그리고 축소 심장이

내 손가락들에 꽃핀다.

 

 

 

 

    시인이 헤닐강을 거닐며 떠오른 감각을 노래한 것 같다. 태양과 강이 만나 드러내는 시간들, 명멸하는 시간 앞에 스러지는 것들, 장엄하게 그러나 느끼기조차 힘든, 아주 미세한 감각들을 되살려내는 시인의 혓바닥이 느껴지지 않는가? 머리로 느끼는 상징이 아닌 심장으로 느끼는 이 세계, 시간과 태양 아래 저 공평한 세계가 펼쳐져있다.  태양은 모든 것에 수의와 배냇저고리를 입힌다. 명멸하는 아주 짧은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시간의 문제가 아닌 느낌의 문제임을 알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