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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 = 애니메이션? 본문
만화영화? = 애니메이션?
요즘 극장가에는 ‘만화영화’가 아닌 ‘스톱모션애니메이션’ 두 편이 상영되고 있다. 영국의 아드만사의 피터 로드가 제작한 <웰레스와 그로밋-거대 토끼의 저주>와 팀버튼 감독의 <유령신부>가 그것이다. 다들 이 분야에서는 유명한 대가들이고,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작가들이다. <웰레스와 그로밋>의 피터로드는 <치킨런>과 더불어 우리에게 잘 알려졌고, 팀버튼 감독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으로 우리에게는 이미 친숙하다.
그럼 애니메이션과 만화영화는 다르다는 말인가? 그럼 셈이다. 애니메이션은 라틴어의 아니마ANIMA에서 온 말인데, 이는 영혼 혹은 생영이라는 뜻이다. 즉, 애니메이션은 생명이나 영혼이 없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만드는 것의 총칭이다. 따라서 ‘만화영화’는 종이와 투명한 비닐(셀룰로이드)에 그림을 그린 것을 촬영한 것으로 애니메이션이라는 큰말에 포함된 한 종류일 뿐이다. 고로 만화영화가 애니메이션을 대표할 수는 없다.
한때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만화영화>라고 많이 불렀고, 지금도 어른들 세대는 이 말이 더 친근하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들 작품은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의 한 종류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만화영화는 셀애니메이션을 말하는데, 요즘은 거의 컴퓨터로 이 작업을 하고 있어 2D애니메이션이라고도 부른다.
사실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제 애니메이션이 더 이상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이 출발한 유럽에서는 다양한 표현 영역의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실험해 온 예술영역이었다. 따라서 우리에게 주는 이름의 친근함과는 달리 매우 낯설고 당황스런 전위예술이었다. 이러한 실험과 예술적 표현의 산물이 애니메이션의 역사가 되어 왔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는 만화영화로 불리는 미국과 일본의 셀애니메이션이 주로 소개되어 왔었다. 그러나 요즘은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제작기법을 활용한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또한 내용도 동심을 다루는 것에서 벗어나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만 보는 수준의 내용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모두가 같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기법으로 제작되는 것을 더 크게 포함하는 말로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이라고 하는데, 춘천에 이러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교육할 수 있는 스톱모션관이 어제 기공식을 갖었다. 내년 2006년 12월이면 준공될 이곳에서는 애니메이션 제작체험은 물론 영상에 관한 문화예술교육을 전문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어서 애니메이션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좋은 체험을 제공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메이션이 그동안 아이들의 전유물처럼 인식이되어 왔으나, 요즘 소개되는 애니메이션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사람들의 세계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르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웰레스와 그로밋-거대토끼의 저주>는 점토로 인형을 만들어 일련의 움직임을 한 동작씩 0.1mm씩 움직여가며 제작한 점토(클레이)애니메이션이고, 팀 버튼의 <유령신부>는 인형을 만들어 같은 방법으로 인형(퍼핏)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회화적 실험성이 강하여 다양한 종류의 애니메이션을 탄생시켰다. 초창기 작가들의 작업은 실험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 덕분에 애니메이션은 그 종류와 더불어 보다 심오한 세계관과 주제들을 다루어 양적 다양성과 더불어 질적으로도 풍부해졌다.
그런 실험성과 독특한 주제에 의해 발전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충분히 발아한 것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톱모션 기법은 창조적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은 인간의 다양한 세계를 여러 관점에서 다룬 예술의 측면으로 끌어올린 것도 이 기법의 공로이기도 하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그 고유한 속성상 관객에게 낯선 느낌을 준다. 분절된 인형의 움직임으로 인간의 연기나 그림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없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는 게 보통이다. 이 기법이 실험 애니메이션에 많이 쓰인 이유는 관객을 낯설게 하는 이런 효과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실험적인 작가들의 노력에 비해 그다지 대중적이지는 않았다. 또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최근 애니메이션의 대세라 할 수 있는 2D나 3D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 작업에 비하여, 많은 시간과 수작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전문제작 스튜디오가 많지 않다.
P.S : 사실 이글은 몇년 전에 스톱모션스튜디오의 기공식을 앞두고 신문보도자료로 쓴 것이었는데, 내가 기획했던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교육하는 공간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저간의 사정을 다 얘기할 수는 없으나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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