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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메이션 관련 영국 유학생의 박사논문 심층 인터뷰 게재 본문
1.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의 설립 목적과 이유는?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애니메이션에 관한 자료를 발굴 · 수집 · 보관 · 전시 · 연구함으로써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 소중함을 일깨워 국민정신문화의 산 교육장으로 만들고자 설립하였다.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의 문화적, 심미적 기능과 오락적 기능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2.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이 국민의 애니메이션 인식에 미치는 영향력은?
애니메이션박물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체계적인 자료수집과 이를 통한 전시와 역사연구가 주요 기능일 것이다. 또한 애니메이션에 관한 문화예술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애니메이션의 기능을 널리 알리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박물관 기능을 접하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어린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느끼게 해주고, 그러한 정서를 통하여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을 고취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와 기술 진보성을 접하면서 산업의 한 분야로서 국민 경제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한다는 것이며, 연구자와 전공학생들에게는 애니메이셔의 체계적인 역사 공부에 도움을 줄 것이고, 애니메이션 종사자들에게는 보람과 자부심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3.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한국 애니메이션의 세계화에 관련해서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사실 문화라는 것은 과거의 역사적 축적 없이는 도약적 발전도 기대하기가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유럽의 역사를 동경하면서 유럽의 축적된 역사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역사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도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축척을 위한 자료정리와 연구를 하는 곳이 박물관이므로, 차차 이러한 이론적, 실제적 노력을 통해 세계 애니메이션과 우리의 애니메이션의 간극을 좁힐 것으로 생각한다.
4.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한국 애니메이션을 두고 안타깝다거나 유감스럽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알려 주세요.
* 제가 질문하는 것 외에도, 선생님께서 박물관에 대해 더 말씀하시고 싶은 것 있으시면 다 알려 주세요. ^^*
사실 우리 애니메이션은 우리의 역사적 질곡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 출발 시점에 일제의 식민지 수탈을 당하였고, 해방 이후에도 전쟁으로 황폐한 상황에서 어렵사리 출발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물질 경제는 개발독재에 의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문화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고도성장의 과정에서 온전한 애니메이션 감상과 작업이 쉽지 않았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미국이나, 일본과는 또 다른 여건에서 발전하여왔다.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 위한 조건에는 문화적 조건도 충족되어야 하지만, 경제적 조건, 즉 상영으로 가져올 수 있는 수익과 재투자가 이루일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있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제작 여건에는 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이 매우 주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산업적 여건이 이제야 조금씩 그 틀을 갖추어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또 하나는 수요적 측면에서 자국의 시장 파이가 더 커져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요인에는 인구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 문화요소로서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차이도 작용한다. 애니메이션은 무조건 아이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국민적 가치관도 애니메이션이 인간의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기도 하고 오락적 요소도 가지고 있는 삶의 보편적 표현방식이라는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애니메이션 제작자와 창작자들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함은 기본이다. 사실 역사로 보자면 70~90년대 초반까지 우리 애니메이션에는 창작이라는 개념이 희박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등장하고 있는 창작자들의 노력은 우리 애니메이션의 앞날에 매우 긍정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다.
박물관의 경우, 우리나라의 사립 박물관들의 고질적인 문제지만 학예연구 인력의 부족과 학예연구사에 대한 인식의 박약이 제일 문제이다. 박물관을 단순히 수익을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학예연구실은 물론이려니와 조직 자체에 대해서도 무지하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위기이다. 또 하나 지속적인 자료수집을 위한 예산배정과 이를 전담할 큐레이터의 역할이 매우 절실한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애니메이션박물관이라도 다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큐레이터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과 임무를 가진 셈인데, 제도적으로 연구와 자료수집 및 저술기능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제도적 여건이 힘들어 매우 고전하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비약한 재정의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은 알겠으나, 그렇다면 처음부터 박물관을 설립하지 말았어야 할 것이다.
4. 춘천 애니 페스티벌이 지역/국가적으로 또 세계적으로 애니메이션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춘천 애니타운페스티벌이 지역적 세계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쉽게 말할 수 없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축제 조직이 최소한이나마 상설로 존재하며, 매해 개최되는 축제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새로운 기획을 이끌어내야 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자체 공무원들의 참여와 비전문가들이 축제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회사의 애니메이션 영업적 수단으로 전락한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축제는 축제로서 존재해야한다. 즉, 창작자들을 위해, 이를 즐기는 시민들과 애호가들을 위해 존재하며, 축제가 활성화되면 부수적으로 산업적 기능도 생기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는 산업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매년 거짓 성과를 발표하는 실정이다. 소위 MOU라는 것인데,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요구하여 체결하는 등의 쇼를 하는 것이다. 창작들이 창작의 아이디어를 얻고, 그해 만들어진 다른 창작들의 작품을 통해 창작에 자극을 받고, 시민과 애호가들은 원 없이 좋은 작품을 즐길 수 있어야한다. 이러한 마스터플랜을 아무리 제시해도 축제가 준비되는 것은 한두 달 전이며, 새로운 시도는 매번 주저앉기 때문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5.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페스티벌에 대한 애니메이터들의 호응도나 불만도는? 애니 산업계에 계신 분들은 박물관이나 페스티벌의 추진/ 후원에 대해 긍정적인 협조를 하고 계신가요?
위와 같은 실정이기에 누가 협찬을 하고, 후원을 하겠는가? 지역 기업들이 마지못해 하는 실정이다. 이도 말이 많아 없애려 하고 있다. 애니메이터들의 호응이나 시민들의 반응이 좋을 리가 있겠는가?
6. 정부의 참여도는 얼마나 되고 설립년도 이후에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간단히 알려 주세요.
이러다 보니 문관부에서는 매년 축제에 3억의 지원을 하였으나 올해부터는 이를 절반으로 줄였고, 앞으로도 지원을 장담하지 못한다. 도와 시에서 각 1억씩 지원이 고작이다. 논문을 쓰는 애리 씨에게 보다 긍정적인 답변을 드리고 싶으나, 거짓 희망으로 좌절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있기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겠다. 정부에 뭘 바라서는 문화와 성장은 요원하다. 창작자들의 피와 땀만이 살길이고 희망이다. 언제 창작자가 정부에서 돈 줘서 작품했는가? 다만 상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7. 마지막으로, 전에도 한 번 여쭤 보긴 했었는데...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애니메이터 분들과 정책 관련 하신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적인 캐릭터가 아닌 글로벌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한다! 하시면서도 한 편으로는 한국적 캐릭터가 해외에서는 상업적 요소와 더 어필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들 넌지시 말씀하시거든요. 그래서, 원더풀 데이즈나, 왕후 심청이나, 그 밖의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애니메이터 분들의 글로벌 캐릭터를 원한다는 말씀과 다르게 더욱 한국적인 모습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요. 한 선생님께서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대게 한국적이다~ 라고 하면 한국 전통음식, 의상, 건축물, 소품 들이 등장하게 하는 방법이 한국적임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라 혼동하시는 것 같은데, 외국 사람들 뿐 아니라 한국 사람들과도 같이 호응하며 아 이것이 한국 애니메이션이구나 ~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이구나 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더욱 노력을 해야 할까요?
사실 캐릭터는 이야기를 담는 그릇인데, 그 그릇이 한국적이던 글로벌하던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문제는 정말 우리의 삶의 문제를 고민하는 이야기가 있느냐이고, 그 이야기에 맞는 캐릭터인가, 아닌가의 문제라고 본다. 이야기에 맞는 캐릭터라면 그것이 한국적이던 글로벌하던 사랑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캐릭터는 스토리의 서사가 생명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움직인다고 해서 모든 것이 캐릭터는 아니다. 캐릭터에는 인간의 삶이 배어있어야 하는데, 인간의 삶은 보편적인 것과 지역적으로 특수한 것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보편적인 삶은 신화를 통해서 보면 어디든 같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적이라는 것에는 한국적 삶이 무엇이고 가치관과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문제가 담겨 있는데, 이러한 것은 생각지 않고 겉모양만 서구와 비슷하다고 해서 글로벌할 것인가. 보편적 가치관과 세계관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갓 쓴 사람을 그렸더라도 글로벌하다고 생각한다.
- 애리씨
사실 제가 즉흥적으로 답변한 것이라 정제가 좀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최대한 정직하게 답변하였습니다. 질문이 객관적으로 말씀드려야 할 부분과 개인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는 부분이 혼재하여 저도 덩달아 흥분한 부분이 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좋은 논문 쓰시고, 어쨌든 학문을 하든, 애니메이션을 하든, 우리의 삶의 윤택함에 필요한 것이면 좋겠습니다.
06.8.22 인터뷰 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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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윤애리 씨의 논문을 위해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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