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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화와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1편 본문
한국 근대화와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1편
Written by 한승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1977>는 임정규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에 의하면, 1973년부터 장장 4년간 매일매일 방송되던 MBC 라디오 어린이 연속극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든 것이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로보트 태권V-수중특공대,1977>보다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위) 작품중인 임정규 감독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이하 마루치 아라치)>는 근대의 산업화를 통해 인간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는 기계문명의 잘못된 사용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 <마루치 아라치>가 개봉된 1970년대는 우리나라에서도 경제개발계획이 진행되면서 산업화가 고조되고 있었고, 이에 대한 우려들이 예술작품과 산업계에서 전망되고 있었다.
<마루치 아라치>는 SF(Science Fiction)물이다. SF영화는 신화, 전설, 민담에서 소재를 구하기도 하지만 주요 대상은 과학기술문명이다. 장르 전체로 볼 때, SF는 테크놀로지에 대하여 두 가지의 상반된 입장을 취한다. 첫째는 과학기술이 궁극적으로 문명의 진보를 보장할 것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과학기술이 지닌 파괴적인 측면을 경고하는 것이다. 상반되는 두 가지 입장임에도 SF영화들은 두 가지로 확연히 구분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SF영화의 이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은 흔히 영화 속에서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며, 때로는 내러티브가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입장과 텍스트의 심층적 의미가 각각 다른 입장을 취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임정규의 작품 중에 두 번째 경향을 대표하는 <마루치 아라치>는 산업사회를 기계와 신체의 대립이라는 문제로 부각시켜 과학기술의 파괴적 측면을 드러낸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아키라>에서 보듯이 SF가 보편적으로 미래사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의 징후를 포착해 내듯, 그는 기계문명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1969년 7월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와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이후 1975년 7월, 아폴로-소유즈의 우주도킹은 실사영화계에서도 공상과학물이 쏟아져 나오는 계기를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산업혁명 이후 점차 발전하는 기계문명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었다. 이런 전망들은 영화계에도 마찬가지이어서 당시 최고 흥행영화였던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 <007 문레이커 (007Moonraker), 1979>나 <스타워즈(Star Wars), 1977>시리즈는 미래 문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이런 경향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로봇과 같은 미래문명에 대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더불어 붐이 일기 시작한 태권도와 함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었다.
어쨌든 제1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1973년부터 시작된 MBC 라디오 연속극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의 인기는 대단한 것이었다. 이는 태권도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하여, 우리나라에서 국제대회가 개최되면서 사회적 붐이 일어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라디오극 <마루치 아라치>와 ‘경기(競技) 태권도’의 인기는 태권도를 소재로 <마루치 아라치>와 <로보트태권V, 1967>의 제작으로도 이어졌다.
<마루치 아라치> 라디오 연속극의 원안은 김진희가 썼고, 각본을 민병권이 맡았다. 그리고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는 민병권의 각본을 송길한이 각색하였다. 그러나 실제 애니메이션 영화는 임정규 감독이 스토리보드 작업을 하며 대폭 뜯어 고쳤다. 원작이 라디오 극본이다 보니, 작품의 곳곳에 영상적인 장면보다는 설명적인 장면들이 너무 많아 시나리오를 그대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스토리와 캐릭터의 설정에서 많은 부분 수정되었다. 1977년 7월 27일 중앙극장에서 개봉한 <마루치 아라치>는 당시 세계태권도대회 등 태권도 붐이 일었던 시대적 분위기와 원작 방송의 인기에 힘입어 먼저 개봉한 <로보트태권V>보다 크게 성공한다.
<마루치 아라치>의 제작은 당시 일고 있던 태권도의 열풍 때문이었다. 1970년대는 우리 것에 대한 긍지와 주체성을 살리자는 의식이 높았던 시기로 민족문화를 재인식하고 재발견하여 보존하자는 정부정책의 하나로 태권도를 알리는데 노력하던 시기였다. 이런 노력으로 해외에서 태권도 연맹과 협회가 설립되었다. 이어 이들을 초청하는 태권도 국제대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면서 국민들에게 우리 민족의 우수함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태권도는 세계 속에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하며 국민적 자부심을 갖게 하였다. 자랑거리가 별로 없던 시절 이러한 자부심은 애니메이션 영화 속에서도 드러나 당시 선진 외국에 주눅 들었던 어린이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었다. 실제 <마루치 아라치>나 <로보트태권V>의 작품 속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태권 소년 ‘마루치’와 ‘훈이’는 외국의 선수들을 물리치는 競技 태권도의 영웅으로 그려진다. 이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통해 유행하던 로봇물과 결합하여 여러 작품을 내놓게도 했다. 그리고 이것은 이후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태권도 유단자로 설정되게 하는 전범이 되었다.
<마루치 아라치>는 우리에게 친근한 태권도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SF장르의 영화이다. <마루치 아라치>는 ‘미래사회’가 아닌 당대(현재)적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공상과학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공상과학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당시 유행하던 공상과학물을 탐닉하는 청소년들에게 심신의 단련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이 다루고자하는 세계는 파란해골13호로 상징되는 기계문명의 폐해를 없애고, 태권도를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 건강하고 밝은 사회를 그리고자 한다. 그래서 기계문명의 폐해를 극복하는 태권도영웅의 탄생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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