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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동백 / 이제하 본문

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모란 동백 / 이제하

바람분교장 2010. 3. 11. 15:25

모란 동백

 

                          작시 / 작곡 : 이제하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산의 버꾸기 울 ~면

상냥한 얼굴 모란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녁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불고 덧 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뻘에 외로히 외로히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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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하는 전방위 작가다. 다재다능하다. 그러나 그의 말에 의하면 그는 재주나 재능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 얼마나 부벼댔는냐,에 작품의 성공과 매력이 있다고 한다. 그는 시와 동화, 소설, 그림을 넘나들며 환갑에 노래를 불러 가수로 데뷔까지 했다. 이제하 하면 일반인들에게는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라는 이상문학상 덕분에 소설가로 가장 많이 알려졌다. 그리고 그 자신도 소설가로 불리길 원한다.  그러나 정작 시인들은 그에게 커리커쳐를 하나 받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모 출판사의 시집 시리즈에 그가 한 때 시인 얼굴 커리커쳐를 그린 적이 있었는데, 시인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다. 

    이 노래는 본인이 직접 녹음까지 하여 음악씨디로 발매도 하였다. 이후 조영남이 부르기도 했고, 현재 흐르는 음악은 김훈(미안하지만 나는 그를 잘 모른다)이라는 처음 듣는 가수가 부르고 있다.   

    그는 1937년 생이다. 나의 돌아가신 아버지보다 한 살이 위다. 그런 양반이 아직도 수줍어 하고 이런저런 장르를 넘나들며 쉬지 않는 나그네 기질을 보여준다. 내가 본 그는 <그리스인 조르바>에 등장하는 자유인 조르바 같기도 하다. 예전 영화 조르바에서 안소니 퀸이 조르바 역을 맡았는데, 꼭 그의 느낌이 난다. 물론 살 빠진 안소니 퀸 말이다.  누구를 닮아서 그렇다기 보다 세태에 휩쓸리지 않으며, 항상 어디에도 끼이려 하지 않으며, 홀로 얽매이지 않으려는 자유인의 초상, 그런 의미에서 그는 조르바다. 

    그의 이 시 모란 동백은 아마도 김영랑의 모란이란 시에서 영감을 받은 듯하다. 이 시의 제목이 처음에는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인 것으로 짐작이 간다. 이 노래에서 가장 감정이 실리는 곳이 아마도 '떠돌다 떠돌다...'로 시작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시인이 직접 노래부르는 것을 들으면 유독 그곳에서 그의 특유의 사투리인지 '뜨돌다'로 '뜨'에 감정이 실린다. 제목과 관련하여 보면 아마도 이 노래는 김영랑이라는 시인과 같은 고향인 마산출신이면서 선구자의 작곡가인 조두남에 대한 헌정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