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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오면
문태준
이별이 오면 누구든 나에게 바지락 씻는 소리를 후련하게 들려주었으면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면서
바지락과 바지락을 맞비벼 치대듯이 우악스럽게 바지락 씻는 소리를 들려주었으면
그러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입을 틀어막고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겠지
가장 아픈 데가 깔깔하고 깔깔한 그 바지락 씻는 소리를 마지막까지 듣겠지
오늘은 누가 나에게 이별이 되고 나는 또 개흙눈이 되어서
문태준 시집 <그늘의 발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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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별이라는 것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리라, 물론 일부러 이별을 택하여 상처를 내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람의 정리가 꼭 그렇게 딱 무 자르듯 하지 못하는 것이 인정인 것이어서
누구나 이별 앞에서 무언가 쑥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리라. 막상 이별을 통보 받고는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인데, 이후 닥칠 부재의 공간이나, 부재의 시간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부재를 증폭 확대 재생산해는 것이다. 종소리가 또 다른 종소리를 이끌로 넓게 퍼지듯이, 바지락을 씻는 소리가 온몸의 뼈마디를 씻는 것 같고, 신경통 도지듯 찌릿찌릿하지만, 반면 그 소리가 일구어내는 이미지는 상쾌하고 일견 힘차며, 단단하고 온몸을 씻어내듯 감각을 바짝 세워주기도 한다.
슬픔을 슬픔으로 감내하는 것이 아닌 씩씩하고 단단하게 몸을 여미는 것처럼 인정하고 싶지 않는 듯하다. 온 몸 속의 진액이란 진액이 개흙처럼 뱉어내더라도, 온 몸에서 썰물 빠져나가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일견 깊숙이 찔럿던 칼날이 서서히 빠지는 느낌을 몸을 감싸 안듯이, 견뎌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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