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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겨울을 기다리며/서경구

바람분교장 2008. 11. 10. 11:17

겨울을 기다리며


                             서경구



외투와 장갑을 잊고

단열창 닫으며 더운 물에 머리 감고

이제 더 이상 아무 이웃도 그립지 않은 우리에게

사랑보다,

사랑을 감추려고 껴안던 추억을 끊은 우리에게

우리에게 이제 겨울은 무엇인가.


소리만으로도 너끈히 밤을 가리는 문풍지와

쩍쩍 달라붙는 手人事의 끔찍했던 문고리와

거울 앞이 아닌 곳에서 벗은 나무와

그 나무의 뿌리보다 깊은, 언 우물가

눈 항아리 속 녹지 않는 빈 바람소리와

늦도록 아궁이를 밝히는 식은 불빛과

죽은 풀의 뿌리를 물고 별을 헤는 늙은 암소와

꽃 핀 참나무와 나누던, 어지런 사랑의 골머리와

살아 낸

그런 겨울은


그런 겨울은

빙판(氷板)의 독서를 끝낸 봄의 맨 끝 페이지.

그런 겨울이 우리를 꽁꽁 붙들고 가르친 것은,

봄을 덮고

겨우내 밑줄 그은 굵은 길에서 꽃 핀 세상을 부를 수 있었던 것은

겨울 때문에 더 아름다워진 사람과 헤어져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겨울 때문에 더 당당해진 나무에 기대어 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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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따뜻한 화목난로가 그리워 겨울을 기다린 적이 있다. 이른 겨울 막 설치하거나 겨울 지나고 봄이 되어도 철거하지 않은 화목난로에 손을 펼치면 불을 피우지 않아도 가슴이 먼저 따스해졌다. 그런 날이면 어서 겨울이 왔으면 하는 것이다. 춥기 때문에 따스한 것이 그리워 지는 그런 겨울, 어서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 이웃 중에는 겨울이 정말 추운 이들도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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