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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꿈의 구장 /이근화

바람분교장 2008. 11. 10. 10:44

꿈의 구장

                                                

                                                                                   이근화



 바람이 많아지고 몇 개의 모자가 날아가고 잠은 아주 얇아졌지 꿈의 커튼을 열고 날아오르는 야구공, 글러브, 부러진 방망이. 나는 베이스 런닝의 순간이 좋아 멀리서는 뚜렷했던 것들조차도 가까운 곳에서는 희미하지만


 한 때 우리는 서로 아름답게 엉켜있었지 나는 길 위에서도 자주 눈가를 훔치지 길고 아름답게 풀려나가는 두루마기 화장지를 구장으로 날리고 싶어 아니면 깨진 병을. 가을 햇살이 떨어지는 보도블록을 걷고 있을 동안


 신호는 내가 모르는 사이 바뀌고 차가 지나고 내가 건너고 다시 차가 지나지만 잠이 아주 얇아졌어 새벽에는 엄마가 한 번, 아버지가 한 번 나의 방문을 열고 나의 잠을 엿보시지 눈을 감고 계속 걷는다면 나는 어디에 이를까


 플로리다의 하늘을 선명하게 가르는 야구공을 그려보지만 잠이 너무 얇아졌어 나의 잠 속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전광판 위에는 내 잠의 기록이, 나는 이제 꿈의 베이스 런닝을


 써치 라이트를 받으며 공은 떠오르고 날아가는 새들은 꿈속인 듯 공과 만나지 나는 나의 긴 잠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지만 내가 걸어온 길 위에 마구 침을 뱉지 사람들은 점점 뜨거워지고

 

 

 

시집 <칸트의 동물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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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시집 제목은 니체가 말한 헤겔의 동물원에서 따온 것 같다. 이 시를 변형해서 한편의 졸시를 쓴 적이 있어 더이상 썰은 풀지 않겠다.  발표작 카테고리에 <집으로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올려놨다. 사실 내 시보다는 그녀의 시가 더 유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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