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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유리문 안에서

바람분교장 2008. 8. 10. 13:40
 

   유리문 안에서

                           이근화  
 
 
 구체적이고 가혹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날마다 소세키의 문을 두드렸다
 소세키는 몸이 아팠고 기운이 없었지만
 손님에게 차와 방석을 내놓았다
 여자들은 울었고
   남자들은 화를 냈다
 모든 것이 너무 가깝거나 멀었지만
 사람들은 둘 이상의 질문을 동시에 했다
 소세키는 대답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가혹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소세키의 문을 날마다 두드렸다
 유리문이었다
 소세키도 화가 났고
   생각이 안 풀렸고
 추억에 잠겼다
 투명한 집은 없다고
 소세키는 유리문을 달았을 것이다
 유리의 잔금을 안고
 자주 아팠을 것이다
 가끔 그의 고양이가 집을 나갔고
 여자들이 죽었다
 남자들도 죽었다
 소세키도 지금은 그 자리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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