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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우아하게 살고 싶어

바람분교장 2008. 8. 10. 13:39
 우아하게 살고 싶어

                        이근화

 

    생마늘을 까면서 엄마가 웃는다
  발톱 같지 않아?
 

  껍질이 불고 알맹이가 불고 손톱이 불고
  불은 손톱은 자르기에도 좋네


  오십 포기 김장 후에
  찬물에 손을 담그고 있던 엄마는 사라졌다
 

  소금을 넣었는지 설탕을 넣었는지
  오늘 저녁 밥상은 불균형과 부조화 속에서
  모두들 웃고 있네
 

  발톱이 살 속을 파고드네
  고백 같지 않아?
  주름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다리를 모으던 시절에는 몰랐어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엄마는 우아했지
  퀵 턴 퀵 턴 하던 엄마에게
  오렌지 나무의 오렌지를
  레몬 나무의 레몬을
  따주고 싶었어
 

  운동장의 엄마는
  시계탑의 엄마는
  트랙을 이해할까
  오른발과 왼발에
  똑같이 힘을 주고
 

  바람의 표정을 나무에게 돌려주러
  태양의 관심을 해체하러
  

  우아하게 고개를 들고
  턱을 당기고
  어깨를 펴고
  

 계간『서정시학』, 200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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