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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지옥도 그날은 한칼에 베어진 하늘이었고 바다였다 너와 나는 끝없이 서로에게서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각자는 고유한 색깔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쪽에는 나의 하늘이 저쪽에는 너의 바다가 있었다 오직 하늘과 바다 그 갈라진 사이만이 시야에 가득했고 그 사이를 볼 수 없고 ..
내 정서는 이런 촌스러운 것이다. 내 시집에는 이런 촌놈임을 드러내는 것들이 좀 있다. 예전에는 부끄러워하던 촌놈이 이제는 자부심은 아니더라도 부끄럽지는 않다. 세월의 힘이거나 인식의 힘이다. 무당개구리 우물이 하늘을 엿본다 골짜기 하나가 산새들과 너구리 오소리 다람쥐 누..
한승태 시집 바람분교 추천글 한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건 어느 늦은 밤 포장마차에서였다. 주인아주머니와 우리가 말렸지만 한은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이 절까지 모두 불렀다. 포장마차에서 고성방가가 금지되던 시절이었다. 한은 저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 내린천에서 태어났다고 ..
한승태 시집 <바람분교> 추천글 한승태 시인의 시를 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결락’이다. 자연과 문명, 과거와 현재, 나와 당신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결락을 메우기 위해 그의 시는 때로는 폭포처럼 내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전면적인 백기투항을 하기도 한다. “어둡고 깊..
나의 오마니는 어려서부터 산에 치성을 다니시던 분이다. 소장사를 하던 외할아버지는 일년에 몇달씩 산에 들어가 주문을 외며 수련을 하시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런 어머니가 나이 육십에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자 교회를 나가셨다. 춘천의 3단지 시장은 1980~90년대 장사가 잘 되던 곳이..
지난 주 금요일에는 전라도 완주의 삼례책마을에서 시집<바람분교>을 주제로 문학 강연이 있었다. 책마을 이사장인 박대헌 관장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행사였다. 마을 주민 15여명이 오후 5시 책카페에 모였다. 26세 청년부터 78세의 어르신까지 폭이 넓은 청중이었다. 내가 시집에서 무..
짝사랑 풀벌레가 운다고 내가 넘어가나봐라 황금빛 나뭇잎이 노래한다고 내가 넘어가나봐라 거부하면서 너는 탄생한다 하지 말라고 하지 말라고 라 만차의 기사 돈 키호테! 농부의 딸을 사랑하기로 작정하였듯 나도 그대를 지키는 기사가 되어야 할까보다 기사도를 위해 그대는 공주가 ..
이장(移葬) 한 여름 윤달이 뜨고 한 가지에서 뻗어나간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저승과 이승을 가로질러 상남(上南)의 산골에서 내려오신 할아버지와 내린천 골짜기에서 나오신 작은할머니 城南의 시립묘지에서 오신 큰아버지 내외분 제일 가까운 해안의 뒷골목에서 유골 대신 몇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