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신한촌의 봄 / 김윤배 본문
신한촌의 봄
아무르만은 밤마다 구릉을 넘어
기울어진 마음 가득 출렁거렸다
사내들에게 여자였다면
아녀자들에게 남정네였던
아무르만, 유민의 첫 정착 마을 감싸 돌던 위안의 바다
여기서는 아무르만은 보이지 않는다
살구꽃비 신한촌* 언덕을 적시고 있다
까레이스키의 길이었던 하바로프스카야 거리는
북국의 봄이 잠시 머문다
길은 아무르 강물 거슬러 우수리스크나 하바롭스크
혹은 더 멀리 캄차카에 이르러
먹먹한 가슴 쓸어내리며 백야 건너겠다
그 먼 길 위, 수많은 디아스포라의 발자국
더욱 깊어져 생각에 잠기겠다
누군가 신한촌 기념비에 놓고 간 국화 한 송이 시들었다
막연한 그리움이었던 연해주, 이처럼 먹먹한
고국의 언어다
* 블라디보스토크의 1930년대 고려인 정착촌.
김윤배 시집 『디아스포라의 발자국 - 러시아 시편』 중에서
아무르 아모르 우는 새가 있다. 새는 북극에서 남국으로 캄차카에서 아일랜드까지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한다. 아무르 아모르 우는 새가 있다. 새는 지상에 어딘가에 쉴 곳이 없어 날개를 쉬지 못한다. 아무르 아모르 우는 새가 있다. 새는 장천의 하늘에서 인간의 지하 심연까지 곧장 떨어지는 비행에도 날갯짓을 한다. 아무르 아모르 우는 새가 있다. 사내아이로 태어났으나 계집 아이가 되도록 날갯짓을 한다. 아무르 아모르 우는 새가 있다. 산단수 아래서 같이 태어났으나 기차가 달리는 바이칼까지 날았으니, 이 땅에 살 수 없어 아무르 아모르 하늘로 유배되었으니, 날갯짓을 쉴 수가 없다. 아무르 아모르 (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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