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사월 / 허림 본문
사월
울음을 곡哭 이라 하지
애걸하듯 복방산개구리 우는 사월
아홉사리고개
울음이 곡曲을 넘는다
봄이어서 꽃들도 산을 넘는데
한 소절 한 소절 곡진하다
지금 울지 않는다면 언제 울까
울음이 산을 키운다
푸른 울음으로도 도지는 사월
여기저기 쓸어놓은 울음의 발랄
내게 돌아오는 메아리도 점점 푸르다
허림 시집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 중에서
저 아홉사리재는 홍천 내촌에서 인제 상남을 넘는 고개다. 그 옆에 행치령이 있다. 국민학교 시절 방학이면 저 고개를 넘어 집에 돌아갔었다. 고갯마루 전에 버스에서 내려 마루까지 걸었다. 어떤 땐 버스를 밀기도 하였다. imf 때 고향에서 아이들 가르치며 저 고갯마루에서 아이들 하교를 기다리기도 하였는데, 고개 아래엔 미다리가 있고 미교분교가 있었다. 그 폐교에 책 읽는 소녀와 한참을 놀기도 하였지. 허림 형의 시집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 것은 말이다. 영서지역의 강원도 사투리, 춘천 홍천, 인제 사람이 쓰던 말이 아직 내면에는 살아 있나 보다. 내게는 익숙한 말들이지만 다른 이들에겐 낯설은 옛날 같을 거다. 내가 아는 아홉사리재의 전설은 고개가 높아 굴러 떨어지면 역설적이게 아홉 살이 젊어진다는 얘기였지만, 시집살이의 고됨으로 채록된 것이 있나 보다. 아무렴 어떤가, 아홉살이라는 말 자체에서 애닮프다. 며느리의 울음이든 개구리의 울음이든 봄의 울음이든 속에 젊은 불이 나는 것이다. (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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