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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김근 본문
사랑
그러나 돌의 피를 받아 마시는 것은
언제나 푸른 이끼들뿐이다 그 단단한 피로 인해
그것들은 결국 돌빛으로 말라죽는다 비로소
돌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김근 시집 <뱀소년의 외출> 2005. 중에서
사랑에 혹은 감정에 무관할 것 같은 사람을 무쇠나 돌에 비유하곤 한다. 그런 무쇠나 돌도 무수한 사랑이 있었고 상처가 있었기에 그런 모습일 수 있다. 시가 '그러나'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끼가 돌을 녹여 뿌리를 내리고 무쇠는 녹이 슬며 속을 드러내는 것인데 결국 그런 사랑마저 상처받지 않으려는 태도에, 아니면 무관심에 말라죽는 것을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예전 같으면 그런 사랑 개나 줘버려 하겠지만 반백년을 살다 보니 알겠다,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다 같이 죽어서야 온전한 사랑이 되는 게 사랑인가? 그런 게 사랑인가? 묻는 아침이다. (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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