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밤눈/함기석 본문
밤눈
밤눈 내리고 있다
내일 사형집행 예정인 무고한 사람
세 아이와 아내를 남겨둔 그의 눈빛 닮은
순한 눈이 철없이 하염없이
감방 벽엔 손수 깎은 나무십자가
가시면류관 쓴 헐벗은 예수, 기린처럼 목이 긴
국가여, 이번 생을 당신과 함께 해 미안하다
그럼 내내 참혹하소서
-함기석, 현대시 23년 2월호 중에서
아무리 좋은 국가라도 인간의 자유를 행복을 제한한다. 그게 국가다. 그러니 좋지 않은 국가에 사는 국민이야 오죽하겠는가? 그야말로 무고한 사형수이다. 보이지 않게 내리는 눈이다. 어둠에 가린 눈, 어딘가의 불빛에 스치듯 보일 수 있겠다. 그가 존재했었다는 소문 같은 존재다. 어둠 속에 사라지는 존재들은 얼마나 많은 건가? 그들이 어깨동무하고 뛰어내린다.
아침 월간 현대시를 보다 함기석의 시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그의 시는 재미없었는데, 근래 현대시에서 보는 즐거운 시다. 이런 시라면 현대시 취향도 존중받을만 하다. 그동안 월간 현대시가 망쳐온 시를 복원하고 있다. <월요일 밤 지하철역 19번 승강장>과 <밤눈>, <극한초보>, <겨울 화형식>, <소리 산책자>는 좋은 시다.(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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