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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모른다 / 정병근

바람분교장 2020. 5. 12. 14:19

모른다

 

 

 

그 먼 길을,

모르기 위해 나는 여기까지 왔다

내게서 떠나간 모든 이별과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몸을

 

나는 모른다

피고 지는 것들의

그 끝없는 소모를 비바람 눈보라

빗금을 뚫고 건너가던

한 사람을

 

나는 알지 못한다

태양을 끌고 가는 개미의 시간과

네게로만 몰려가는 피의 까닭

기억 속 떠나지 않는 얼굴 하나를

 

나는 까마득하게 모른다

오토바이에 실려 가던 개의 눈빛과

불빛 환한 도마 위의 알몸과

바람에 날려가던 비닐봉지의 안부를

나는 하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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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참 많다. 한 때는 참 많이 안다고 하였는데 시간 지나수록 아차 아차 한다. 공자이거나 소코라테스였을 텐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게 아는 것이라고. 특히 사람과 사람의 간의 문제는 그러하다. 연인 사이는 더더욱 그러하다. 능청이라 하더라도, 알아도 모른다. 까마득히 몰라야 비로소 살 수도 있다. 안다는 거야 말로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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