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임승유 / 산책 본문
산책
돌아와서 보니
사람이 있다. 어디서 본 사람이다. 사람은 살아 있고 움직이다가 안 움직이기도 하니까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물 한잔 드려요. 물어본다. 꺾어온 장미를 화병에 꽂으며 아까 소릴 들었죠. 문이 쾅하고 닫혀서 깜짝 놀랐잖아요. 뒤돌아보면 사람이 있고
바람이 불고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받아 의자에 앉는다. 오늘 같은 날은 다시 안 오겠지. 오게 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창틀 높이를 생각하면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임승유. 시인동네 19년 1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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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이란 말에 주목한다. 무엇을 사람이라 할까. 사람의 형상이라고 다 사람이라 할 수 없다. 니가 시람이냐? 라고 절규할 때 사람의 함의는 인격과 사회의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냐고 묻는 것이다. 근데 여기의 사람은 어디서 본 사람이다. 사람의 형상도 아니다 움직이기도 하니까. 분명 살아 있는 인물이다. 그는 저만치서 의자에 앉아 있다. 아마도 안면이 있는 모양이다. 음식점이나 카페의 손님이 아닌 것은 굳이 물 드려요 라고 묻는 것으로 봐서는 아닌가보다. 그럼에도 묻는 사람과 그 대상은 거리감이 있다. 마치 사람이 사물을 대하는 것 같은 거리감 말이다. 대상과의 사이에 마치 창문이 있어서, 아니면 내 안과 밖처럼 무언가 구분지어져 있는 거 같다. 사람이라 불리는 그 대상과 무관하게 그의 배경으로 문도 닫히고 바람도 분다. 왜 오늘 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까. 창틀의 높이를 생각하면서 어떻게 사람이 되는 걸까. 뭔가 알 것도 같은데, 다만 창틀의 높이는 모르겠다. 창틀의 높이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창틀이 높으면 밖이 보이지 않으니 사람으로 느끼지 않을지 모른다는 것인가. 근데 제목이 '산책'이다. 왜 산책일까. 그래도 보는 행위를 통해 나는 그가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조금의 아는 척으로도 사람일 수 있는 것인가. 사람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관심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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