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함순례/저녁강 본문
저녁강
함순례
살이 그리워
네 말을 들은 듯 살구가 떨어졌다
살구나무가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을까
툭 떨어지는 향기
살고 싶어 싸웠는데 죽지 못해 갈라섰는데
문득 그런 때가 있다고
전화기 너머
가라앉는 목소리가 강물을 적신다
너의 강가에 앉은 나도 억새 물결이다
지금 여기에 없는 당신이
뚜벅뚜벅 눈부시게 되살아오는 것
사랑과 증오를 넘어선 몸이 몸을 부르는
적막이
시큼했다
저녁 강물에 살내가 흘러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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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다. 몸이 몸을 부르는 허기, 부재하는 당신의 몸에 들어가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당신의 몸내가 그립다. 살이 그리웠다. 같이 살던 사람이랑 헤어지면 살을 부딪낄 수 없다는 거에서 부재를 실감한다. 그건 막연히 느끼는 외로움보다 강하다. 몸이 느끼는 외로움이라 본능적이라서인가. 여기 없는 당신을 갑자기 내 앞에 현존시키는 건 다른 것이 아닌 본능적 사랑에 대한 허기 때문이다. 몸이 부르는 허기, 부재하는 당신의 몸에 들어가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당신의 몸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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