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방백 / 한승태 본문
김유정, 내가 사는 동네의 선배작가시다. 그런 연고로 2002년 문학촌 개관 전시기획를 했다. 자료를 수집하고 작품을 연구하고 어떻게 김유정을 소개할까. 고민했었다. 김유정은 1930년대 당시 유민들을 그려냈다. 수탈때문에 농토에서 내몰린 농민들이 도시로 흘러드는 과정을 그려내었다. 인제에서 춘천으로 춘천을 거쳐 서울변두리로 땅과 고향을 잃고 도시빈민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32편의 소설 중에 농촌 배경이 12편 나머지는 도시빈민의 얘기다. 그러면서도 사랑 때문에 사는 것이라 했다. 아직도 그의 소설은 이땅에 현재진행형이다.
방백
___한승태
맨숭맨숭 허니 바람이 분다
낮술에 취한 듯 나비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대는데
비탈 갈던 황소도 괜히 먼 산에 울음을 놓고
왜 아니겠는가 봄이다 그냥 봄인 것이다
뭔 놈의 일은 끝도 없고 하루해는 이다지도 길더란 말인가
다 때려치우면 그뿐인데 어디 여자가 쪼매만
너 뿐이던가 맨날 속모를 소리만 하고
참새들은 삼삼오오 지들끼리 신나는데
저 놈의 인정머리 없는 장인님은 눈만 부라리고
난 모르겠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너란 여자는 언제 키가 큰다는 건지
키가 커야 내 마음을 안다는 건지
어제는 코맹맹이 바람을 놓고선
오늘은 허리 꺾인 장다리마냥 풀이 죽어서
골짜기마다 찔레향이 내려오고
밭머리 돌무덤엔 조팝꽃도 하얗게 일어서는데
모르겠다 왜 봄인지 왜 너인지
장인에게 얻어터진 대가리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
그런데 자꾸만 눈물이 나는 건 무슨 조환지
맨숭맨숭 허니 바람이 분다
낮술에 취한 듯 나비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대는데
비탈 갈던 황소도 괜히 먼 산에 울음을 놓고
왜 아니겠는가 봄이다 그냥 꿈인 것이다
한승태 시집 <바람분교> 중에서
'혼잣말 > 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도연_강릉바다 (0) | 2018.11.22 |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이바라기 노리코 (0) | 2018.11.06 |
한명희 / 내 몸 위로 용암이 흘러갔다 (0) | 2018.10.02 |
한명희/두 번 쓸쓸한 전화 (0) | 2018.09.18 |
11월/한승태 (0) | 2018.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