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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지나가는 여인에게_보들레르

바람분교장 2018. 5. 28. 10:41

  지나가는 여인에게

-ch. 보들레르 

 

거리는 내 주위에서 귀가 멍멍하게 아우성치고 있었다.

갖춘 상복, 장중한 고통에 싸여, 후리후리하고 날씬한

여인이 지나갔다, 화사한 한 쪽 손으로

꽃무늬 주름장식 치맛자락을 살포시 들어 흔들며,

 

날렵하고 의젓하게, 조각 같은 그 다리로,

나는 마셨다, 얼빠진 사람처럼 경련하며,

태풍이 싹트는 창백한 하늘, 그녀의 눈에서

얼을 빼는 감미로움과 애를 태우는 쾌락을.

 

한 줄기 번갯불.... 그리고는 어둠! 그 눈길로 홀연

날 되살렸던, 종적 없는 미인이여,

영원에서 밖에는 나는 그대를 다시 보지 못하련가?

 

저 세상에서, 아득히 먼! 너무 늦게! 아마도 영영!

그대 사라지는 곳 내 모르고, 내 가는 곳 그대 알지 못하기에,

오 내가 사랑했엇을 그대, 오 그것을 알고 있던 그대여!


황현산 역_악의 꽃 중에서_민음사



     번갯불처럼 지나가는 순간, 그 한 순간에만 맛보는 행복, 미래나 과거의 행복이 아닌 금방 지나가버리는 그 순간의 행복을 지나버리고 나면 아쉬움을 드러낸다. 지옥의 시간으로서의 현재에 시시각각 사라져가는, 순간이 피어나는 곳에 아름다운 그녀가 있다. 그녀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위로, 위안, 아닌 자뻑인가! 그래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사랑은 행복은 순간에 피어나는 꽃이다. 어떻게 보면 벤야민의 과거적 시간이 아닌 니체의 현재적 시간이 번갯불이다. 그때만 행복한 사랑이다. 사랑의 구원도 거기에 있다. 과거가 아닌 현재 바로 이 순간에만 구원이 있다. (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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