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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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시집 바람분교 추천글
한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건 어느 늦은 밤 포장마차에서였다. 주인아주머니와 우리가 말렸지만 한은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이 절까지 모두 불렀다. 포장마차에서 고성방가가 금지되던 시절이었다. 한은 저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 내린천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뭐야, 그럼 사람이 아니고 물고기? 하여튼 한은 그렇게 시 몇 편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자그마한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들의 술자리에 합류했다. 한의 노래와 시를 싣고 달렸던, 가끔은 허공으로 날아가기도 했던 그 오토바이는 어디로 갔을까? 이제 한은 ‘고독을 구부릴 줄 아는 성층권의 나이’가 되어 첫 시집을 엮는다. 내린천과 바람분교를 떠나 참 멀리도 왔다. ‘나를 한없이 풀어놓는 저 는개들 / 나를 한없이 흘려버리는 저 바람들 / 나를 한없이 돌려세우는 저 가시풀들 / 깊고 환한 생채기만 남았다’고 한은 노래한다. 가을바람 소소(炤炤)하다.
김도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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