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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로버트 프로스트_가보지 못한 길

바람분교장 2016. 11. 7. 13:28


걸어보지 못한 길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전나무 숲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 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 먼저 길다른 날 걸어 보리라! 생각했지요

인생길이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우며 이야기 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라고.



정현종 번역



    길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문화 혹은 문명이란 의미가 있고, 인생, 운명이라는 의미도 있다. 또한 방법 혹은 법, 진리 등이 있고, 우리 몸이, 발이 실질적으로 땅에 딛는 길도 있다. 이 외에도 다른 의미들도 있겠지만 우리가 이 길을 만날 때는 맥락이 있기에 해석에 어려움이 없다.  

    여기 나 오는 두 갈래 길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우리가 걷는 길로 해석해도 되고 인생이라 의미로 이해해도 되며 진리라는 추상적인 의미를 갖다 붙여도 무리가 없겠다. 다만 이 시의 제목은 번역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걸어보지 못한 길' 혹은 '가보지 못한 길'로 번역되는데, 내용상 보면 '가 보지 않은 길' '걸어보지 않은 길'이라고 걷는 사람의 의지가 들어간 번역을 하는 것이 좋겠다.

   차분히 진술되는 이 시는 이해에 그리 어렵지 않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무수한 선택의 기로 앞에 서고 그걸 선택하며 살아간다. 무수한 선택의 기로  앞에서 우리는 선택에 안도도 하지만 후회도 한다.  그 무수한 선택들의 쌓임이 지금의 내가 걸어온 길이 되고 지금의 내 얼굴이 된다.

   그 무수한 갈림길의 선택 앞에서 남들이 많이 가는 길이 있고, 그렇지 않은 길이 있다. 여기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걸은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이 지난 온 길을 돌아본다. 저 길이 그 자신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시인_한승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