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아뽈리네르 시 몇편 _애니메이션 본문
신호탄
마을들은 내면의 어둠 속에서 타오른다
농부 여자가 갈베스톤으로 가는길에서 차를 운전한다
누가 저 신호탄을 쏘아 올렸는가
아무튼 너는 문을 열어 놓을 것이며
그리고는 길게 톱질하는 바람이
네 안에 유령들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리라
너의 혀
네 목소리의 어항 속 붉은
물고기
그러나 이 후회
겨울보다 더 하얀 간호사 하나 겨우
눈부실 때 지평선에서는 먼 언덕보다
더 푸른 날들이 줄어든다
자동차의 쿠션보다 다 푹신한 날들의 연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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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탄은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아폴리네르는 1차대전에 참전하여 머리에 파편을 맞은 바 있고, 결국은 그로 인한 휴유증으로 사망까지 하였다. 그래서 이 시는 전쟁 중 후송되면서 본 신호탄(조명탄)를 보며 쓴 시로 보인다. 문을 열어놓을 것이라 것이 무엇인지가 이 시를 해석하는데 키가 될 것이다. 그것이 후송하는 차량인지, 사람의 마음의 문인지. 그리고 그 문으로 들락거리는 바람이 공포를 불러오고 그 속에서도 속삭인다. 누구의 속삭임인가. 슈베르트의 마왕의 속삭임인가, 그를 간호하는 간호사의 안심하라는 속삭임인가, 하여튼 그가 바라보는 푸르른 나들이 사라져가는 것이다. 군인들은 어디나 그 신세가 같은가 보다. (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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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안개 속으로 멀어진다 안짱다리 농부와
암소 한 마리 느릿느릿 가을 안개 속에
가난하고 누추한 동네들 숨어 있다
저만치 멀어지며 농부는 흥얼거린다
깨어진 반지 찌어진 가슴을 말하는
사랑과 변심의 노래 하나를
아 가을 가을은 여름이 죽였다
안개 속으로 회색 실루엣 두 개 멀어진다
기욤 아폴리네르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중에서
황현산 역, 민음사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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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텔레비전과 국립영화제작소 그리고 Un sortent de l'ecol 학생들의 졸업작품으로 아뽈리네르의 시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이번 기획은 프랑스에서도 시를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보다 시를 쉽게 접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 중 모퉁이를 가지고 만든 작품 그리고 신호탄으로 만든 작품이 눈에 띄었다. (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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