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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김광규_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바람분교장 2016. 11. 29. 11:12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우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 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우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숭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잎

흔들며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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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게이트의 와중에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에게는 역사가 있다. 4.19혁명과 6.10민중궐기의 기억이 있지만 이후 우리의 관심이 식어지는 순간부터 정치모리배들은 담합하여 기존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야합하였던 역사가 있다. 지금부터 우리는 이 작은 성취에 기뻐하고 취할 때가 아니다. 문제는 정작 지금부터 바른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에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분노를 기득권자들의 달콤한 사탕에 녹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