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식당_ 프랑시스 잠 본문
식당
-아드리엥 폴랑테 씨에게
우리 집 식당에는 윤이 날 듯 말 듯한
장농이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 대고모들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할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은 것이다.
그들의 추억을 언제나 간직하고 있는 장농.
그게 암 말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그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거기엔 또 나무로 된 뻐꾸기 시계도 하나 있는데,
왜 그런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난 그것에 그 까닭을 물으려 하지 않는다
아마 부셔저 버린 거겠지,
태엽 속의 그 소리도.
그냥 우리 돌아가신 할아버지들의 목소리처럼.
또 거기엔 밀랍 냄새와 잼 냄새, 고기 냄새와 빵 냄새
그리고 다 익은 배 냄새가 나는
오래 된 찬장도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한테서 아무 것도 훔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충직한 하인이다
우리 집에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이
왔지만, 아무도 이 조그만 영혼들이 있음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 나는 빙그레 웃는 것이다,
방문객이 우리 집에 들어오며, 거기에 살고 있는 것이
나 혼자인 듯 이렇게 말할 때에는
---안녕하신지요, 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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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지나는 설이지만 매번 이렇게 옷깃을 여미게 되는 건 내 오랜 조상들의 유전자가 기억하는 힘 때문일까! 유난히 아름답고 사랑스런 이 시는 명절에 읽어야 맛이 난다. 외롭고 쓸쓸할 때 읽으면 힘이 난다. 시장 자본주의 심화로 인하여, 뭇 생명과, 뭇 사물들과의 대칭성이 깨진 이때, 이렇게 온갖 사물에서도 생명을 발견하는 시인의 따스한 귀가 새삼 정겹다. 이럴 땐 추억도 생명이 된다. 조상들도 함께 와서 즐긴다는 설도 암 말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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