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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식당_ 프랑시스 잠

바람분교장 2016. 2. 7. 15:54

식당
     -아드리엥 폴랑테 씨에게



우리 집 식당에는 윤이 날 듯 말 듯한

장농이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 대고모들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할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은 것이다.

그들의 추억을 언제나 간직하고 있는 장농.

그게 암 말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그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거기엔 또 나무로 된 뻐꾸기 시계도 하나 있는데,

왜 그런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난 그것에 그 까닭을 물으려 하지 않는다

아마 부셔저 버린 거겠지,

태엽 속의 그 소리도.

그냥 우리 돌아가신 할아버지들의 목소리처럼.


또 거기엔 밀랍 냄새와 잼 냄새, 고기 냄새와 빵 냄새

그리고 다 익은 배 냄새가 나는

오래 된 찬장도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한테서 아무 것도 훔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충직한 하인이다


우리 집에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이

왔지만, 아무도 이 조그만 영혼들이 있음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 나는 빙그레 웃는 것이다,

방문객이 우리 집에 들어오며, 거기에 살고 있는 것이

나 혼자인 듯 이렇게 말할 때에는

---안녕하신지요, 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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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지나는 설이지만 매번 이렇게 옷깃을 여미게 되는 건 내 오랜 조상들의 유전자가 기억하는 힘 때문일까! 유난히 아름답고 사랑스런 이 시는 명절에 읽어야 맛이 난다. 외롭고 쓸쓸할 때 읽으면 힘이 난다. 시장 자본주의 심화로 인하여, 뭇 생명과, 뭇 사물들과의 대칭성이 깨진 이때, 이렇게 온갖 사물에서도 생명을 발견하는 시인의 따스한 귀가 새삼 정겹다.  이럴 땐 추억도 생명이 된다. 조상들도 함께 와서 즐긴다는 설도 암 말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