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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상품의 시작 본문
디즈니의 캐릭터 시계
케이 케이먼은 도박사였다. 즉 사업가였다. 그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내고 규칙까지 만들어 냈다. 1932년 어느 날 아침, 케이 케이먼은 5만 달러를 들고 약속도 없이 다짜고짜 월트 디즈니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집을 저당잡혀 융자를 얻고 서랍 속 잔돈까지 몽땅 긁어모은 전 재산을 도박판에 건 셈이다. 그는 기상천외한 게약을 제안했다.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디즈니는 단 한 푼도 쓰지 않고도 매년 최소한 5만 달러를 벌도록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이용한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발생하는 이익금을 반씩 나누자는 계약서를 내민 것이다. 캐릭터 사업의 수익성에 무지했고, 그렇지 않아도 재정난에 빠졌던 디즈니 형제는 반신반의하며 계약서에 서명했다. 디즈니는 살바도르 달리와 합작한 만화영화를 만들려다가 초현실주의자의 초현실적 상상력 탓에 돈만 날린 터였다. 1945년 만찬 석상에서 디즈니는 달리에게 사랑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달라고는 제안을 했다.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평범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디즈니의 초안이었다. 달리는 여덟 달 동안 만화가들의 도움을 받아 신과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펼쳤지만 결국 영화로 제작되지 못한 채 몇 점의 초벌 그림만 남겼다. 그러나 케이먼은 그해 크리스마스에 디즈니에게 2500만 달러를 벌게 해주었다. 물론 자신도 같은 수익을 거두었다. 그는 달리와 달리 문화 캐릭터를 상품화한 최초의 사업가였다. 그해 여름 그는 아이스크림을 담는 콘, 과자 등에 미키마우스의 이름과 모습을 새겨넣는 것만으로 500만 달러를 벌었고, 다음 해에는 미키 마우스 잡지까지 창간했다. 미국이 경제불황에 허덕이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업구상은 멈추지 않았다. 케이먼은 미키 마우스 시계를 생각해냈다. 자판에 미키 마우스를 새겨넣고 장갑 낀 두 손은 시침과 분침으로 만들었다. 시장에 내놓자마자 뉴욕에서만 10000개가 넘는 시계가 팔려나갔다. 1935년 한 해에 2500만 개가 팔려나가며 디즈니와 시계회사가 불황에서 벗어났다. 미키 마우스뿐 아니라 디즈니에서 제작한 모든 만화영화의 캐릭터가 상품화되고 그는 일확천금을 벌어들인 거부가 되었다. 특히 <백설공주>는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인물까지 인기를 끌었다. 난쟁이가 일곱 명이나 되니 수익금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수룩해 보여서 정감이 가는 난쟁이 슬리피 하나의 총상권만으로도 그는 수만 달러를 챙겼다. 1949년 여름에는 미키 마우스 시계 판매량이 500만 개를 돌파한 기념으로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영화에만 몰두했던 디즈니는 그제야 캐릭터상품에 눈을 뜨고, 케이먼에게서 사업권을 회수하려 들었다. 같은 해 10월 케이먼은 디즈니의 또 다른 대작 <신데렐라>의 홍보를 위해 파리에 왔다. 그리고 미국으로 귀국 전에 친구에게 “나는 비행기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네”라는 편지를 썼다. 10월 27일 그는 디즈니와 어떤 조건으로 재계약을 할지 생각에 잠겨 영화광 하워드 휴즈가 개발한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 비행기는 추락하였고, 같이 탑승했던 지네트 뇌비와 에디뜨 띠아프의 연인이자 권투선수였던 세르당이 같이 죽었다. 그의 죽음으로 디즈니는 캐릭터 사업만을 전담하는 부서를 따로 만들어 몸집이 부푼 반면, 케이먼의 상징과도 같은 미키 마우스의 시계는 달리의 그림처럼 불에 녹아 흐물흐물해졌을 것이다.
조르주 페렉<나는 기억한다>1978 중에서
1946년부터 1961년까지 우리가 쉽게 잊고 지내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을 한두줄로 기록한 480개의 개인적인 추억을 정리한 짧은 작품이다.
롤랑 브라쇠 <나는 기억한다를 나는 기억한다>는 페렉의 480개 사항에 주석과 사진을 붙인 책이다.
객관적 우연, 이재룡, 2015, 현대문학 8월호
위의 내용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캐릭터 사업이 도박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 첫째는 운이 많이 좌우한다는 거고, 둘째는 그 만큼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성공하면 대박이라 불릴만큼의 부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도 유사하다. 하여튼 이런 운은 월트 디즈니의 일대기를 봐도 알 수 있다. 그는억세게도 운이 좋은 사나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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