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봉준호 <설국열차> 본문
어제 봉준호의 <설국열차>를 아내와 보았다.
보고 나오면서 뭔가 찜찜하게 해결되지 않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화장실을 나오던 젊은 친구들이 비슷한 얘기를 주고 받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영화는 보이는대로만 이해하면 안 된다"고 한 친구를 다독였다
그렇군!
영화는 보이는대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은 씬과 씬 사이, 컷과 컷 사이를 읽으라는 것일 텐데
그것이 비단 영화만 그러겠는가!
하여튼 나도 모르게 찜찜한 뭔가는 비디오가 나오면 다시 보면서 풀어봐야겠다
나 같이 둔한 사람들은 한 번 보면서 다 파악하지 못하니 말이다.
1) 설국열차, 왜 열차일까?
<80일간의 세계 일주>에 등장하는 증기기관은 근대 자본주의의 도래를 선포했다. 증기기관과 더불에 우리에게는 세분화 된 시간의 억압이 시작되었다. 즉 시간을 분절화해서 자본으로 환금하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시간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것은 좀 아쉽다.
2) 윌포드의 "엔진은 영혼이다"라는 대사의 의미는?
하여간 열차는 증기기관의 발명이래 근대와 결합한 자본주의 폭주의 상징일까!
열차의 앞쪽 칸에서 작은 아이들이 열차의 부속을 대신하여 기계처럼 노동을 착취당하는 장면을 보면 명백하게 이는 산업혁명 이후의 자본주의 폐해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여성해방이란 이유로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어린이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착취하여 왔기 때문이다.
윌포드의 대사 : 엔진은 영원하다.
커티스의 대사 : 우리는 엔진의 노예가 아니다.
두 명의 대사는 전통적인 자본과 노동자의 관계를 보여준다.
윌포드의 이름은 포드시스템으로 인간을 기계화한 주인공 포드다. 그래서 다 해석하자면 '포드가 될 것이다'. 뭐 이런 거 아닐까. 그래서 커티스는 다음 권력자로 회유당하면서도 기계 속에 아이들을 보자, 아이들을 구하는 걸로 자신의 신념까지 구하게 된다. 이렇게 커티스의 내적 위크포인트를 해결된다. 꼬리칸에서 인간을 살육하여 먹던 그에게 살육을 멈추게 했던 윌리엄에 감화 받고 자신을 몸을 바치고자 했던 그의 상처는 여기서 치유되는 걸로 끝난다.
3) 송강호의 대사 "왜 앞쪽 문만 열려고 안달이지, 저 옆에 있는 것도 문이란 말이지"
이때 앞문과 옆문의 차이가 아마도 이 영화의 주제와 연결될 것 같은 느낌이다. 체제 내의 혁명이냐? 체제의 판을 깨냐? 즉 궤도를 달리면서 상부(기관사)를 바꿀 것인가? 아니면 기차의 궤도를 전복시킬 것인가? 그래서 커티스의 혁명은 자본주의의 혁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4) 주인공의 문제
영화가 내내 찜찜했던 까닭은 누가 주인공인가? 누구를 따라가야 하나? 하는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커티스가 주인공이라면, 꼬리칸에서 그들의 처우에 분노한 커티스가 앞쪽의 엔진을 점령하여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려고 하나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고, 그는 결국 앞쪽으로 갔으며, 열차의 주인으로부터 열차의 생태 균형을 맞춘다면 다음 기관사로 인정하겠다는 제안을 받지만 거절한다는 얘기이고,
남궁민수가 주인공이라면, 그는 열차의 보안 설계자로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열차 내의 문을 의미하고, 열차 밖으로 나가는 문은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약의 원료로 쓸 수 있는 산업폐기물 중독자로 위장하여 때를 기다렸다, 마침내 열차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성공한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여기서 남궁민수가 주인공이라면 그의 등장이 너무 늦다는 것이고, 그는 자의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다. 커티스 일행이 그를 감옥칸에서 꺼내줄 때까지는 그는 기다려야 했다. 씨앗에 비유해야할까, 냉동 보관되던 씨앗이 때를 만나면 비로서 뿌리를 내리고 개화하는.
커티스가 주인공이라면 그가 하고자 하는 바가 주제에 연결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게 아닐까? 나로서는 주제가 체제의 전복이라는 쪽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얘기는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방식이니,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에 관객들이 흥미를 느끼느냐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70% 정도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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