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콜히쿰/ 기욤 아뽈리네에르 본문

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콜히쿰/ 기욤 아뽈리네에르

바람분교장 2012. 11. 14. 01:41

콜히쿰

 

기욤 아뽈리네에르

 

 

 

 

 

가을 목장은 독이 들었지만 그러나 아름답다

암소들은 풀을 뜯으며

서서히 중독된다

눈시울과 라일락의 빛깔 콜히쿰이

목장에 피고 당신의 두 눈은 이 꽃을 닮아

그 눈언저리같이 이 가을같이 보랏빛 어리고

내 인생은 그 눈에 서서히 중독된다

 

아이들이 떠들며 학교에서 돌아온다

배저고리 걸치고 하모니카 불며

아이들은 꺾는다 제 딸의 딸

어머니 같은 꽃 당신의 눈까풀 빛 콜히쿰을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듯 당신의 눈까풀 깜빡이고

 

목동은 부드럽게 노래하는데

천천히 그리고 울며 암소들은 떠난다

가을 나쁜 꽃 핀 이 목장을 영원히

 

 

황현산 역

 

 

 

-----------------------

     중독된다는 것은 스스로 모른다. 그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아름다움과 매력, 사실 우리는 매력을 느낄 때 딱히 무엇 때문인지 모르고 끌린다. 그냥 좋은 것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매력을 느꼈는지 깨달을 땐 이미 지나간 뒤이다.

 

 

 

 

 

 

 

 

 

 

 

 

'혼잣말 > 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덤에는 / 두목  (0) 2012.12.03
양반아 / 이백  (0) 2012.12.02
미개의 시 / 엄승화  (0) 2012.09.10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0) 2012.08.15
멀리 있는 무덤 (멀리 있는 빛)/김영태  (0) 201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