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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노새 마부 _ 로르카 본문

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네 노새 마부 _ 로르카

바람분교장 2012. 5. 13. 08:22

네 노새 마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노새를 가지고 들로 나가는

사내 네 사람 중,

얼룩빼기 노새를 데리고 가는 이는

검고 키가 크지

 

노새를 데리고 물가로 내려가는

사내 네 사람 중,

얼룩빼기 노새를 데리고 가는 이가

내 영혼을 앗아갔네.

 

노새를 데리고 강으로 가는

사내 네 사람 중,

얼룩빼기 노새를 데리고 가는 이가

내 남편.

 

왜 당신은 저 위 거리에서

불을 빌려오지.

당신의 검댕이 묻은 얼굴에

석탄이 살아 있는데?

 

 

정현종 번역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1898년 태어난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는 살바도르 달리, 루이스 부뉴엘 등 일군의 예술가들과 막역한 친구였다. 그는 시와 희곡, 미술과 음악 등 예술 전반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었다. 시인은 1936, 스페인 내전 당시 그라나다에서 총살당한다. 그러나 시인이 총살당하는 시대의 시인이었던 그의 시는 지금까지도 살아있다. <강의 백일몽>은 우리나라에 출판된 그의 시집 중에 하나이다.

여름에는 로르카를 읽어야 야릇한 감각이 살아난다. 관능적이면서도 미세한 감각들이 서로에게 화답하는 묘한 느낌이랄까, 아주 작은 감각, 혹은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한 편의 시로 구성해 내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고 해야 하나.

이 시에는 자신의 남편을 소개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얼룩빼기 노새와 남편을 소개하는데, 남편이라고 실토하기까지 어떤 특징적인 모습을 점층적으로 고양시켜 가고 있다. 문제는 내 남편이라고 실토하여 긴장이 풀어졌을 때, 마지막 연에서 첫 연과 마주하여 남편의 검은 얼굴에서 뜨거운 불길을 연상시키며 반전을 불러일으킨다. 한마디로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