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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 3분간의 호수 본문

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서동욱 3분간의 호수

바람분교장 2012. 5. 25. 11:18

       3분간의 호수

 

                         서동욱 
  

  비가 온 뒤 플라자 호텔 앞 도로는
  수면이 맑게 닦인 호수 같다
  붉은 신호등이 차들의 침범을 막아 서울
  한복판에 3분간 딱
  켜져 있는 호수
  그 위를 잠자리 한 마리가
  공중에 필기체를 휘갈기며 날아간다
  가는 꼬리에 뽀글뽀글 가득 찬 저
  낳고 싶다는 본능이, 겨우 물로 매끼한 정도의
  수심 2mm의 호수에 혹했다
  저쪽 횡단보도엔 벌써
  파란 등이 이쪽으로 건너오겠다는 듯 깜박거리고 이제
  10초 후면 배때기에 타이어 자국 새기며 사라질 호수
  물 위를 꼬리로 톡톡 쳐보고 기쁜 듯 홀라당거리며
  S자로 6자로 소란스레 비행하는 저 욕망
  배고 낳고 죽는 모든 껍데기들을 지구의 탄생부터
  떠받치고 있던 저 에너지는
  그러나 지구에서는 천수를 다했다는 듯,
  이윽고 우주의 시간이 땡 파란 불로 바뀌며
  소공로에서 좌회전 대기하고 있던 개들이 풀려나와
  덮쳐버린다

 

 

 

 

 

 

 

사족 한마디 :  우리는 세상의 어떤 깊이, 삶의 깊이, 경험하지 않으면 동의하기 어려운, 뭐 이런 측정할 수없는 그런 얘기를 할 때,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할 때, 최소한 이 세상은 당신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생성되지는 않았다. 정말 우연에 불과한 것이 이 세상이고 우주이다.  당신의 삶도 우연이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아무 의미없던 것이 갑자기 소소한 의미를 생성하기도 한다. 어제까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오늘 내 생애의 선택을 죄우하는 일로 변하기도 한다. 돌아보라 당신의 관심과 선택을 기다리는 무수한 생명들을, 당신과 인연을 맺고 싶어한다. 그래서 세상은 존재하는 것이다. 당신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