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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실천적 진실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본문

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시는 실천적 진실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바람분교장 2012. 4. 12. 09:23

“시는 실천적 진실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  까다로운 내 친구들에게  / 폴 엘뤼아르


만약 내가 숲속의 태양이
침대 속에 몸을 맡긴 여자의 아랫배 같다고 말하면
당신들은 내 말을 믿고 내 욕망을 이해하지

만약 내가 비 오는 날의 수정방울 소리가
사랑의 무료함 속에서는 늘 울린다고 말하면
당신들은 내 말을 믿고 사랑의 시간을 연장하지

만약 내가 내 침대의 네 기둥 위에
결코 네라고 하지 않는 새 한 마리가 둥지를 튼다고 말하면
당신들은 내 말을 믿고 내 불안감을 함께 나눕니다

만약 내가 샘물의 굽이에서
살짝 푸른 끼를 보이는 강물의 열쇠가 돌고 있다고 말하면
당신들은 더욱 더 내 말을 믿고 이해하지

그러나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내 거리와
끝이 없는 거리 같은 내 조국을 통째로 노래하면
당신들은 더 이상 내 말을 믿지 않고 사막으로 가지
왜냐하면 당신들은 목적 없이 걷기 때문이야
사람들이 뭉쳐서 희망하고 투쟁해서
세상을 해석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야

단걸음으로 열심히 나 당신들을 인도하리라
나는 힘없이 살았고 여전히 살아 있지
그러나 여명의 해초와 등심초가 잘 어우러지듯
빛을 건설하는 우리 형제들과
함께 하도록 당신들을 해방시키고 싶어진다면
나는 당신들의 혼을 빼앗는 말을 하고 아연하리라.

 


(P. 엘뤼아르,《여기에 살기 위하여》, 혜원출판사, 1987, 125-126면)

 

 

      오늘은 엘뤼아르의 시로 위로받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까다로운 내 친구들에게 그대들을 탓하기보다 나의 표현과 시도가 부족하고 서툴렀다고, 그래서 너를 설득하지 못했노라고 자위해야 하지 않을까. 너의 혼을 쏙 빼앗는 말을 나는 갈고 닦아야 하리라. 서정시를 쓰더라도 그 의미는 세상을 해석하고 변화시킬 그 무엇으로 갈고 닦아야 하지 않을까. 직설적으로 쓰더라도 눈물 쏙 빼며, 그 누물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내 자신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벗이여, 그대여, 너여, 그래도 부족한 나는 화가 난다. 빌어먹을 아침이다. 무엇이라도 들이박고 싶은 아침이다. 들이박다 내가 깨질 아침이다. 이 땅에 살기 위해 나는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나는 과연 무엇을 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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