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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포옹/박용하

바람분교장 2011. 3. 7. 12:20

     포옹

 

 

                       박용하

 

 

희미한 어둠 속 계단에 서서

그대 등 뒤로 손을 깍지 껴서 이승을 불 밝히면

심장 저 멀리 낮게 엎드린 눈물

그대 머리카락 적시러 지상으로 온다

 

시집 < 한 남자> 중에서 


     시야에 수평선이 확보되자 비로소 수직선이 솟았다. 대지는 속에서 뚫고 올라와야 하고 하늘 더 깊은 곳에서 손을 내밀어야 한다. 대지는 물의 힘으로 자란다. 하늘은 어둠의 힘으로 넓어진다. 땅에서 하늘로 다시 땅으로 물이 순환하는 순간, 행복은 그 한 순간으로만 존재한다. 넘치거나 모자라면 다다를 수 없다. 넘치면 고통이 커지고 모자라면 갈증이 커진다. 하늘과 대지가 결합되는 것처럼 포옹은 근원적이다. 

    오래 전 새해 첫날 연하장으로 보내 온 그의 시, 우리가 껴안고 있는 것이 사랑만은 아닐 것이다. 이승의 모든 삶에 불을 밝히는 일. 새삼 그것이 눈물을 동반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도 나도 늙어가고 있다. 신체적 나이 문제가 아니라, 삶이라는 것이 죽음과 삶의 순환이라는 거창한 원리라고 떠들지 않더라도 몸으로 느끼게 되는 나이 말이다.  하늘과 땅이거나 저승과 이승이라고 구분하지 않더라도 내가 사는 곳이 저승과 이승이 껴안고 있는 곳이란 걸 나도 자연의 순리로 알게 되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한승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