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슬픈 체류자 지네트 느뵈(1919~1949)의 노트와 연주 본문
슬픈 체류자에게
잘 지내시나요?
벌써 신춘문예의 계절, 12월입니다. 당신의 가슴을 에는 계절의 시작이지요. 이 즈음이면 벌써 신문사에 원고를 보냈거나, 마지막으로 무엇을 보내야 할지 혹은 정해진 원고를 고민하며 매만지고 있겠지요. 아마도 당신은 원고를 보내고 술을 한잔하거나 예전의 어느 시인처럼 불공을 드리는지도 모르지요. 그런 당신에게 지네트 느뵈(Ginette Neveu)를 소개합니다.
지네트 느뵈는 30대에 대서양을 횡단하다 비행기 사고로 죽은 천재 바이올린 연주자입니다. 1935년 15세의 나이에 폴란드 바르샤바 비예나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등으로 우승하며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당시 2위는 현재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인정받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였고, 3위는 헨리 테미앙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2등과는 월등한 점수 차이가 났으며,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조차 그녀의 연주는 탁월하였다고까지 인정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경력 보다 그녀가 불의의 사고로 죽기 전에 그녀의 일기에 쓰인 그녀의 고독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겨울 아침입니다.
"직업적인 고독 없이 위대한 일을 이룩할 수는 없다. 진정한 위대함은 아마도 눈부시게 빛나는 고독일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이따금 소심해진다. 그러나 죽음은 사람이 내부에 지나고 있는 생명과 이상에 따라 받아들여야 하는 숭고한 존재일 뿐, 인생이라는 '슬픈 체류'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원하지 않는 커다란 고난의 시기에 불과하다."
예술가의 숙명적인 고독을 받아들이고 인생을 '슬픈 체류'에 비유하는 예술가의 인식은 아마도 글을 쓰는 당신에게 의미심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죽음을 바라보는 그녀의 긍정적인 시각은 진정한 예술의 경지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시인들은 외로움을 견뎌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런 외로움과 고독을 견딘 당신에게도 좋은 소식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갔으면 합니다.
또 다른 슬픈 체류자로부터
추신 : 그리고 나는 당신이 글을 쓴답시고 엄살을 부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Ginette Neveu Sibelius VC 1st Mov. 1st part of two
Ginette Neveu Sibelius VC Mov. 3
Ginette Neveu Plays Chausson Poème - excerpt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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