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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바람분교장이 전하는 엽서

여 승(女僧)

바람분교장 2008. 10. 19. 16:02

여 승(女僧)

 


                  백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 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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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는 정말로 말이 필요없다. 좋은데 이유가 어디있냐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한 사람의 서러운 인생이 있고, 그걸 돌이켜보는 한 삶도 있다. 떠나간 남편과 아이가 있고, 결연한 의지가 눈물도 흘린 줄 안다. 한 인간의 삶이 이렇게 압축적으로 그려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정말로 아름답고 슬프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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