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드라이아이스/송승환 본문
드라이아이스
송승환
다시 내린 눈으로
바퀴 자국이 지워졌다
찌그러진 자동차가 견인되었다
앰뷸런스가 아득히 멀어져갔다
눈물 없이 울던 그녀의 뒷모습
새벽 안개와 함께 지상에서 걷혔다
불을 품은 뜨거운 얼음에 데인 적이 있다
견고한 모든 것은 대기 중에 녹아 사라진다
하늘 한가운데 구름이 흘러간다
송승환 시집 <드라이이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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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의미상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다. 교통사고와 사랑이 떠나간 이별, 물론 이것이 하나의 사건일 수도 있겠으나 그리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를 추억하는 하나의 시선이 있다. 굳고 견고하리라 믿었던 사랑이, 어느 날 들이닥친 교통사고처럼, 이별을 고하고 떠나간다. 그 뜨거웠던 사랑에 데인 가슴이, 모든 존재감이 드라이아스처럼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내가 간직한 사랑이 영원히 기화하듯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 몸의 기억 속에, 하늘의 구름처럼 처연하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새월은 흐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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