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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 / 이정현 본문
보물찾기
나는 이정현이 아니다
아버지께서 지어준 이름을 수풀 속에 감춰놓고
그만 감춰놓은 자리를 잊어버리고 말아
이름이 없는 채로 집에 돌아와
밤새 수풀 속을, 헤매는 꿈만 꾸었다
다음날
그다음 날에도 이름을 찾지 못했다
아버지 몰래 이름을 새로 지어
'이정현이라 부를 때마다 천 원씩!' 하니
친구들이 신난다고 불러주었다
나는 이정현이다
이제, 아버지도 처음부터 내 이름인 줄 아시곤
정현아 하신다
이정현 시집 <점> 중에서
요즘 주변에 개명한 사람들을 제법 본다. 그만큼 자신의 이름에 맞는 삶인지 고민한다는 걸까? 그녀의 아버지가 준 이름은 '종녀'라 했다. 종 치는 여자다. 한편 그 아버지께서는 황금종려상의 그 종려, 종려나무라 지은 것이라 한다. 멋진데, 자신이 어색하다면 어쩌겠는가. 개명한 이름이 자신도 입에 오르지 않았던 것인가? 사람들이 많이 불러주어야 자신이 자신인 것을 안다는 것인가? 나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지만, 이름은 내 것이라기보다 타인들의 것처럼 보이지만 나 그 자체이다. 이름이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다면 좋겠다. 내 이름은 정말 나의 것인가? 나의 이름은 나의 보물인가? 정현아! 잘 살지? (한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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