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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의 아내/한승태 본문
처용의 아내
당신 앞에 합장하면서도
차별하는 마음이 나는 좋아요
오로지 나만을 차별하는 마음
당신의 무차별이 나는 싫어요
나의 사랑은 차별을 좇아요
개운포에서 망해사望海寺 담벼락까지
노송의 가지들은 풍성하게 휘어져
너그러운 당신에게 돌아가라 하지만
나는 울타리를 넘는 고라니의 뒷다리
고사하는 천년 느티나무에서도
새싹이 트듯 늘 새로 일어나는 마음
모두 극락을 가고자 한다지만
나는 차별하는 이승이 좋아요
결계를 넓히는 산문山門의 마음 따위
나에겐 필요 없어요
당신의 차별만이 내게 행복이고
용을 좇는 것이 나의 삶인 것을
당신은 미간 외에 이마에도 눈이 있어
전생부터 현생까지 꿰뚫어 보고
딱하다는 듯 무료한 햇살을
무차별로 마구 펼치는데
2024년 <동행>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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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문학지 <동행>에 신작으로 <처용의 아내>와 다시 읽는 시로<나뭇잎은 벨라차오 벨라차오>, 시 2편을 실었다. 멀리서 쓰는 시를 응원한다고 했다. 내가 지금 사는 곳은 울산하고도 장생포다. 장생포 언덕 너머가 개운포다. 그러니 처용의 전설이 시작된 곳이다. 울산 내려와 보니 처용 관련 시를 쓰신 분이 제법 많다. 문정희 시인은 처용의 아내를 변호하는 시를 쓰셨다. 게짐이라는 걸로 변호하셨는데, 난 처용의 아내라면 이래 대처하지 않았을까 하는,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욕망에 대해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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