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분교_우리는 조금씩 떠나가고 있다
멧비둘기 / 한승태 본문
멧비둘기가 내 시를 무려 1시간이나 읽어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참으로 애절한 친구다. 흔하게 듣는 소리지만 누가 저리 섧게 우는지 몰랐을 거다. 멧비둘기 되시겠다. 그럼 우리가 아는 도심지 닭둘기는 저렇게 안 우는가? 그렇다. 저리 울리지 않는다. 단언컨데 배부른 자는 저리 울 수 없다. 아시다시피 나 같은 화전민 후예 정도는 되어야 아, 멧비둘기구나! 하며 같이 서러워하는 거다. 물론 내가 화전민 출신이라는 건 안 궁금하겠지만 강원도 홍천과 인제 등지의 화전민은 동학 3차 전쟁 이후 흩어진 이들이었다. 동지는 죽고 살아 남은 그들은 얼매나 고독했겠는가. 그리 숨어 살다 살아남았다. 동경대전 초판이 인제 갑둔리에서 괜히 인쇄된 게 아니다. 울 아부지는 내촌 백우산 자락의 어느 동굴에서 태어나셨다고 한다. 뭐 그렇다는 거다.
https://www.youtube.com/watch?v=c4JQQLfQgwo
멧비둘기
그제 밤부터 두근거리며 수런거리고
유혈에 한숨도 못 잤을 거야 나무는
사람이 죽어 나간 고갤 내려다보며
너라도 살라고 가지를 흔들었을 거야
불로 못 태울 것이 무어냐고 하면서도
너무나 무서워 울음도 넘기지 못했을 거야
보국안민輔國安民 깃발 쓰러지고 자작고개 넘어
아홉사리재 아래 숨이 가라앉을 때까지
부끄럽게 부끄럽게도
혼자 동지 숨을 대신하고
서산에 걸린 함성과 피의 깃발 아래
나무 목소릴 몸에 온전히 모시기까지는
밤엔 소쩍새와 아침엔 까마귀와 울었지
붉은 메밀대를 일구며 낮엔 종일 울었지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잠을 잤지
한승태 시집 <고독한 자의 공동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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